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말하는 ‘부산 청사진’
지선서 ‘변화’를 선택한 부산시민
30년간 청년·기업 떠나고 침체터널 갇혀
부산시민들 바람은 ‘체감되는 실적·성과’
이웃 같은 시장으로 친근 리더십 보일 것
지금, 한국은 ‘부산’을 필요로 한다
수도권 아닌 지역에서 새 성장거점 필요
공공기관·민간기업 유치에 행정력 동원
해운·항만 인프라로 북극항로시대 선도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 ‘북극항로’
최근 10년간 북극항로 물동량 10배 늘어
상업항로로 각광… 中·러시아·美도 눈독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 가져올 수 있어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3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자리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다시 뛰는 부산’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최기원 PD
“부산이 가장 잘나갈 때는 대한민국이 부산을 필요로 할 때였다. 6·25전쟁이 났을 때 피란수도였으며 1960∼1970년대 산업 태동기 땐 부산의 중화학공업과 함께 수출주도성장의 선두 도시였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수도권 1극체제 극복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때, 그리고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한국에서 부산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난 23일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과 가진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당선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해양수도 공약 4종 세트는 제가 설계했다. 이는 ‘해수부 부산 이전’ ‘부산 해사전문법원 유치’ ‘HMM 등 부산 이전’ ‘동남투자공사 설립'”이라며 “이 구체적인 비전을 통해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어 서울 수도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이 한반도 남단 부산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민들께서는 이번 선거에 변화를 선택하셨다. 부산은 지난 30년간의 침체를 계속 이어간다면 도시가 정말 소멸할 수도 있는 위기의식 속에서 변화를 택했다”며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시민들께 약속드렸던 ‘해양수도 부산’을 반드시 완성하고, 중앙의 정책과 예산을 부산으로 끌어와 최대한 빨리 해양수도 부산의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만난 부산시민들에게 어떤 시장이 돼 달라는 열망을 가장 많이 들었나.
▲시민들께서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이, 우리 부산이 지난 30년 동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청년들은 떠나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기업들도 떠나면서 긴 침체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좀 돌파해 달라, 이것이 시민들의 가장 큰 기대와 바람이었다. 또 체감할 수 있는 걸 좀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이전에 시장을 맡았던 분들이 ‘나는 이것도 했다. 이런 성과도 있었다’ 이렇게들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우리들은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시민이 원하는 시장이 돼 달라. 체감되는 실적과 성과를 내 달라는 말씀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시민이 원하는 시장’, 리더십의 형태로 보자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완전히 탈권위적인 모습과 늘 시민 곁에서 이웃처럼 지내는 그런 시장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이뤄내기 위한 복안은.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겠다는 비전을 말씀드릴 수 있다. 사실 제가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의정활동 10년 동안 때를 기다렸다. 그때가 어떤 때냐 하면 바로 ‘대한민국이 부산을 필요로 하는 때’를 기다린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부산이 소위 잘나갈 때는 대한민국이 부산을 필요로 할 때였다. 그 예로 6·25전쟁이 났을 때 부산이 피란수도였다. 다른 데도 다 뺏기고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대한민국이 대단히 부산을 필요로 하던 때였다. 이어 1960∼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이 강세였을 때, 특히 부산의 경우는 신발·목재산업 이런 것들이 강했다. 수출주도 성장을 할 때 대한민국이 부산을 또 절실히 필요로 했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99.7%가 배를 통해 이뤄진다. 그때 최대 무역항으로 떠오른 것이 부산이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이 부산을 필요로 하는 때를 기다렸는데 마침 그때가 이제 왔다. 우선 첫 번째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서울 수도권 일극체제 위기다. 이는 국가가 극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만들고자 할 때 가장 실현 가능성과 성공 확률이 높은 곳이 부산이다. 두 번째는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산이 한반도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에 상당히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이를 떠나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해운·항만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부산이 압도적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울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는 맏형의 역할과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할 해운·항만 경쟁력을 모두 갖춘 부산을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때가 왔다는 것이다. 저는 그때를 기다렸고, 여기에 맞춰 지난 10년간 부산이란 도시가 어느 방향과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이 긴 침체의 터널을 정면으로 돌파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이제 때를 만난 부산에 걸맞게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등 공기관 이전 외에 민간 대기업은 이전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어떤 정책 구상을 갖고 있나.
▲저는 해운 대기업들이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도록 구조를 지금 만들고 있다. 그게 사실 대단히 중요하다. 그 때문에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며 ‘부산 해양수도 특별법’을 제정했다. 개정한 것이 아니라 없는 법을 새로 제정한 것이다. 특별법은 부산이란 도시에 ‘해양수도’라 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가 서울이지 않나. 그런데 성문법 체계상 법전 어디에도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조문이 없다. 이는 불문법인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체계상 최초로 부산에 해양수도라 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이에 부산은 형식적으로, 법적으로는 이미 해양수도라 하는 지위를 확보했다. 이제 실질적인 해양수도를 만들어야 될 것 아닌가. 내용적으로 충족시키려면 행정과 사법과 기업과 금융을 집적화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관치 경제시대도 아니라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을 그냥 함부로 이동시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행정기능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했다. 또 사법 기능을 총괄하는 해사전문법원이 오는 2028년 3월 부산에서 문을 연다. 동남투자공사도 정부가 출자해 50조원 정도의 투자재원을 만들게 된다. 이 또한 2028년 상반기면 업무를 시작하게 될 예정이다. 이런 구조를 다 짜놓게 되면 해운 대기업들이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해 12월 이미 부산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도시인지 먼저 파악한 국내 액체화물선 1등인 SK해운, 벌크화물선 1등인 H라인해운이 본사를 부산 중구와 동구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특별법 안에 보면 부산으로 이전하는 정부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에 대해 직원 정주여건이라든지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다 마련했다. 그렇기에 부산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기업들도 유치하고, 유치된 기업들이 서로 집적화해 시너지를 내며, 기존의 부산·울산·경남에 위치한 기업들과 전후방 산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부산의 행정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면 실질적인 해양수도로 나아갈 수 있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지 좀 됐는데 임직원 반응은 어떤가. 아직도 당선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나.
▲제가 해수부 장관을 하며 850명에 달하는 직원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별도의 팀을 만들어 850명 공직자들의 애로사항을 전부 다 파악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BNK부산은행에 부탁해 세종에 있는 해수부 청사 내에 부산은행 직원들이 파견을 와 부산으로 이전할 때까지 별도 사무실에서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지원했다. 대출이 부족하면 대출한도를 늘리고, 늘린 만큼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부산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결혼한 공무원의 경우 배우자가 같은 공무원으로, 인사·교육분야 외 교사가 많았다. 교사로서 이직 문제는 또 부산시교육청과 협업해 세종에서 학교 선생님 하시는 분이 부산에서 다시 선생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모두 챙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수부 공직자들이 낯선 곳으로 와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고 또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북극항로 선점을 위해 열심히 고생하고 있기에 여전히 저는 해수부 공직자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부산시 차원에서 해수부가 하기 어려운 일들은 시장이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 도와드리고, 때론 시가 든든한 해수부의 뒷배가 돼 주기도 할 것이다. 해수부와 시가 치열하게 경쟁해 해양수도 부산을 하루라도 더 빨리 완성하는 것이 해수부 공직자들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생각했다.
―북극항로 개척을 해양수도 부산과 연결해 어떻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나.
▲첫 번째로 북극항로는 이미 상업항로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닝보항에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출발해 대한해협과 베링해를 거쳐 러시아 연안을 따라 유럽 땅에 20일 만에 도착했다. 중국은 이를 ‘아크틱 익스프레스 서비스’라고 명명해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 정기 컨테이너 노선을 이미 개설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북극항로 물동량이 10배가 늘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통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를 뺏기지 않기 위해 무려 39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선제투자를 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무르만스크에서 동쪽으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새로운 3개 항만을 건설해 하나의 환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쇄빙선을 9척 발주했다. 왜 쇄빙선이 필요하냐면 북극항로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이야기하는 것도 북극항로 때문이다. 이제는 남방항로 가지고는 안 된다. 특히 수에즈운하 같은 경우는 해상에 배도 엄청 막힌다. 운하 폭이 한 350m밖에 안 된다. 대형 컨테이너 노선이 가로로 누워버리면 방법이 없다. 우리 HMM 선박 같은 경우 운하를 통과하려면 보통 5∼7일 정도 공해상에 떠 있다가 정체가 풀리면 출발한다. 그렇기에 북극항로는 이미 상업항로로서 기능을 하고 있고, 대체항로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막대한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엄청난 항로가 될 것이다. 이미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