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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간의 점거와 붉은 래커칠…동덕여대 재판, ‘법적 한계’ 울타리 잰다

동덕여대 시위 학생 첫 재판…’정당행위’ 주장

‘표현의 자유’ vs ‘업무방해’ 팽팽한 법리 대립

교내 래커칠·점거…형법상 위법성 조각 여부 주목

9월 16일 2차 공판…정당행위 요건 집중 심리

지난 2024년 11월 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학생들의 생존권이 걸린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정당한 의사표현이었다.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다.”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과정에서 약 24일간 교내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래커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덕여대 학생들이 첫 재판에서 내세운 핵심 방어 논리다. 래커칠과 시설 점거 역시 학교 측의 일방적 행정에 맞서기 위한 ‘표현의 자유’ 영역이자,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라는 취지다. 검찰 측은 본관 점거와 출입 봉쇄가 정상적인 학사 업무를 마비시키고 막대한 시설 손상을 가져온 ‘실질적 범죄’라며 맞서고 있다. 법적 공방이 본격화하며 법원 잣대에 관심이 쏠린다.

피고인 측 무죄 카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성립 조건은?

지난 2024년 11월 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김보라 판사)은 지난달 22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덕여대 전 총학생회장 등 11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1월 11일부터 같은 해 12월 3일까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방침에 반대해 본관을 점거하고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하는 등 시설물을 손괴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무죄의 핵심 근거로 형법 제20조(정당행위)를 내세웠다. 형법상 정당행위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의 위법성을 조각(차단)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리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① 목적의 정당성 ② 수단·방법의 적정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간의 법익 균형성 ④ 긴급 현상성 ⑤ 해당 행위 말고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피고인 측은 소통을 거부한 학교 측 행정에 맞서 학생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십수억원대의 시설 복구 비용을 발생시키고 행정을 전면 마비시킨 행위는 수단의 적정성과 이익의 균형성이라는 법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법조계에선 집회·시위 사건에서 법원이 정당행위를 인정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물리적 파손이나 타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수단까지 정당행위로 인정하는 데에 대해 법원은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번 재판은 시위 목적의 정당성을 넘어 피고인들이 선택한 수단이 정당행위의 5가지 요건에 부합하는지를 법원이 어떻게 판가름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상복구 가능” vs “수단 적정성 넘었다”… 래커칠 손괴 공방

지난 2024년 11월 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교내 시설물 래커칠로 인한 재물손괴 혐의를 두고도 정당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피고인들은 래커칠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 무죄를 피력했다. 이들은 화학 약품 세척 등을 통해 원상복구가 가능하므로 시설물의 본래 기능이나 미관상 효용을 해치지 않았으며, 소통을 요구하기 위한 정당한 의사 표현 수단이었던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수단의 적정성과 법익 균형성을 근거로 들며 받아쳤다. 아무리 의사 표현 목적이라 할지라도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하고, 원상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십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발생시킨 행위는 정당한 수단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본관 점거와 교직원 출입 통제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검찰은 약 24일간 이어진 점거로 인해 정시 입시 전형 준비 업무와 재학생 수강신청, 성적 처리 등 주요 학사행정 업무가 마비됐다고 판단했다. 타인의 권리와 법익을 심각하게 침해한 만큼, 정당행위의 요건 중 하나인 법익 균형성을 깨뜨렸다는 취지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학교의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회를 위한 소통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거였기에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반박했다. 총장 비서실 문에 빗자루 등을 끼워 교직원을 감금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 피고인은 당일 현장 근처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나 소화기를 가져다 두거나 문을 봉쇄하여 출입을 통제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일축했다.

재판부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거 정리하라” … 9월 16일 2차 공판 예정

지난 2024년 11월 13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재판부는 본격적인 법리 공방을 위해 오는 9월 16일 오후 4시에 2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증거 조사를 원활히 하고자 검찰 측에 수정된 증거 목록을 제출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다수이고 일정 조율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기일 변경 없이 재판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집단행동의 한계와 정당행위 적용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법리 대결이 치열한 만큼, 향후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심문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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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