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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수사 거를 장치"…’보완수사권 폐지’ 제동 걸리나

‘장윤기 사건’에 불붙은 존치론

검찰의 추가 수사로 유착 드러나

과거 해든이 사건·색동원도 규명

공소청·중수청 출범앞 존폐 논의

“억울한 피의·피해자 양산되는것”

전문가들 사건 암장 우려 목소리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뉴스1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 간부와 담당 수사팀 간 유착·증거인멸 의혹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나면서, 검사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보완수사권 완전폐지’에 무게가 쏠린 가운데 장윤기 사건으로 경찰 수사의 공백과 부실 등을 사후에 걸러낼 ‘2차 안전장치’인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린 광주지검은 전날 광주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초동 수사팀은 장윤기의 부친인 장모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성범죄 핵심 증거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장윤기를 송치하며 단순 살인 등 혐의만 적용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가 강간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보고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형법상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강간 등 살인죄가 인정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된다.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선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이 같은 부실·유착 수사를 걸러낼 제동장치가 사라져 ‘사건 암장’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경찰 수사에서 발생한 공백과 부실, 혹은 이번 사건과 같은 내부 유착을 견제하고 바로잡을 ‘2차 안전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간 일부 경찰관이 수사정보 유출 등으로 적발된 사례는 있었지만,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가족과 수사팀이 조직적 은폐 의혹에 함께 연루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도 “검사는 독립관청이고 결재 라인도 단순해 간섭이 부장검사뿐이지만 경찰은 조직문화, 독립성 등을 고려하면 불의에 항거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성토가 이어진다. 김호중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억울한 피의자와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썼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이었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도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수사 과정에서) 부실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묻힐 뻔한 혐의들을 규명해 왔다. 법무부가 발간한 ‘여성·아동·장애인 대상 범죄 보완 수사 우수 사례집’에 따르면 검찰은 생후 4개월 영아 ‘해든이’ 사망 사건 친모의 살인 고의를 밝혀내고,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 시설장의 추가 강간 범행을 규명했다. 대검찰청이 지난 3~4월 전국 12개 검찰청의 송치 사건 처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송치 사건 10건 중 4건 이상이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형사 고소 사건 처리에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우려는 심지어 검찰개혁을 강하게 요구해 온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에서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회원 변호사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완수사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9%(185명)는 ‘부분 존치’, 21.1%(85명)는 ‘전면 존치’ 의견을 냈다. 3명 중 2명꼴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사 권력 간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보완수사권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특권이 아니라 경찰 수사권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경찰이 해온 수사를 검찰이 재검토해야 권력 분립 효과가 생긴다”고 전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도 “‘크로스 체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 국민이 수사 과정에서 피해 보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승한 김동규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