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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족인 동시에 일베 됐다"…근조화환 저격한 하림, 진영 싸움 휘말려

가수 하림./사진=하림 인스타그램 캡처

[파이낸셜뉴스] 가수 하림이 배재고등학교 앞에 놓인 근조화환을 두고 “고약한 습성이 만들어낸 꽃 낭비”라고 일침한 가운데 “5·18 유족이자 동시에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가 됐다”며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8일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말할 자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틀간 수많은 기사로 퍼진 내 글 하나를 두고 기묘한 서커스가 벌어졌다”며 “5·18 유족인 내게 누군가는 ‘일베’라 하고, 동시에 누군가는 ‘좌파’라 손가락질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로써 나는 그들 사이에서 5·18 유족이자 동시에 일베가 됐다”며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하림은 “다들 왜 별 유명하지도 않은 가수를 자기편으로 생각하고 싶어 안달일까 문득 궁금해진다”며 “자신들의 유치한 진영 싸움에 이름값 있는 스피커를 동원해 확신을 얻고 싶어서 일까?”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같은 이름의 닭고기 회사보다 유명하지 않으니 너무 끌어당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거리의 혐오를 걱정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애도하는 마음에 대단한 명함은 필요 없다”며 “내가 ‘누구’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울질하는 사람들 틈에서 내가 가진 작은 추 하나를 어디에 얹느냐는 시민으로서의 자유이자 예술가로서의 의무”라며 “마음으로 전하는 글과 노래는 필요한 사람의 품에 반드시 닿는다는 것을, 이럴수록 점점 더 단단히 믿게 된다. 지킬 것을 지키겠다는 마음인 잃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변질된 근조화환 문화를 ‘혐오의 방식’이라 규정하며 등교하는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우려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하림은 “언젠가부터 정치적 공격을 근조화환으로 하는 기괴한 문화가 생겼다. 죽음을 연상시켜 받는 이의 기분을 망치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라며 “화환의 리본들은 거리에 그대로 노출된 ‘오프라인 댓글’과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며칠 사이 배재고등학교에 이러한 화환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다”며 “누가 아이들의 학교 앞에까지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순수한 애도의 자리에 쓰이던 ‘근조’라는 엄숙한 단어가 어떻게 오늘날 살아있는 이를 조롱하는 단어로 타락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무슨 잘못을 했든 간에 그 혐오의 잔재 사이를 뚫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겠는가. 다 무섭고 다 싫고 다 밉지 않을까”라며 “세상은 원래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곳이라고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학습하게 될까 두렵다. 극단주의는 이렇듯 일상 속에 스며든 혐오의 감정이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리에 가득 찬 조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감정이 그만큼 메말라가고 있다는 서글픈 증거”라며 “우리마저 이 혐오의 방식에 익숙해지기 전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지켜내는 최소한의 품격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