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구속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관저 이전 봐주기 감사’ 의혹으로 구속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구속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김지선·소병진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위원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구속적부심사는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구속이 적법한지, 또 구속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법원이 판단하는 절차다. 유 위원에 대한 구속은 유지될 예정이다.
유 위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실 관저 이전과 관련한 감사 결과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해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후 이전 공사 업체 선정 과정과 공사비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2022년 10월 참여연대 등이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약 2년간 감사 끝에 지난 2024년 9월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관저 이전 공사가 면밀한 사업계획에 따른 계약체결 없이 진행됐으며, 인테리어 업체로 선정된 A사의 하청을 받고 공사에 참여한 18개 협력업체 중 15곳은 관련 공사업이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 업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당초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공사 업체 선정 경위 등은 감사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부실감사’ 논란이 일었다.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검)은 유 위원이 감사 관련 조사 진행 방식과 자료 요구 절차 등을 두고 감사단에게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감사단은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대면조사 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송달해둔 상태였지만, 유 위원은 이를 철회시키고 서면 조사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에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공문이 아닌 구두로 요청하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자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유 위원의 이런 지시가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감사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또 감사보고서 결과가 은폐·축소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감사원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대통령비서실이 2022년 5월 공사 계획 도면에 소규모 증축 공사가 포함된 것을 확인해 21그램에 증축공사 자격을 갖춘 업체 섭외를 요청했고,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 참여를 요청해 공사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촉박한 준공 일정 등으로 사전에 공사 종류별 공사 규모와 업체별 과업 범위 등이 명확히 특정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21그램이 당시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증축 등 공사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원담종합건설을 내세워 합법 외관을 만들고, 실제로는 공사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모든 공사를 도맡아 진행했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특검팀은 감사원 역시 감사 진행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으나, 감사보고서에는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21그램이 인테리어 공사만을 담당한 것처럼 기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허위 보고서 작성 과정에 유 위원의 지시 또는 압력이 있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를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은 업체로, 이 회사 대표가 김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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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