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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금·유족연금이 동시에 나오면? 90%는 XX선택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공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내 연금과 사망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이 함께 발생할 때, 수급자들이 실제로 선택하는 방식은 크게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중복급여 조정 제도가 바뀐 뒤에는 대부분이 본인의 노령연금을 먼저 선택하는 흐름이 확연해졌다.

본인 노령연금 선택 90% 웃돌아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00년부터 2025년까지 국민연금 중복급여 발생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도 개편 이후 수급권자들의 급여 선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07년 제도 개선 이후에는 본인의 노령연금을 선택하는 비율이 90%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민연금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급여 수급권을 갖게 되면 원칙적으로 하나의 급여만 선택해 받도록 하는 중복급여 조정 제도를 운영한다.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같은 조건에서 불필요한 중복을 줄여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선택하지 않은 급여는 지급이 정지되는 구조 때문에, 부부가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해 온 뒤에도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이 동시에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급자들의 불만과 오해가 누적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2007년 제도를 손질했다. 본인의 노령연금이나 장애연금을 선택할 경우, 받지 않게 되는 대신 유족연금 가운데 일부를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당시 유족연금 추가 지급률은 20%였다.

이후 2016년에는 추가 지급률을 30%로 상향했다. 결과적으로 선택지의 체감 효용이 바뀌었다. 같은 중복 상황에서도 어떤 급여를 고르느냐에 따라 실제 수령액의 차이가 줄거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제도 변화가 선택 행동을 즉각적으로 바꾸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으로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먼저 받다가 본인의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하는 경우를 보면, 2007년 이전에는 노령연금 선택 비율이 60%대에 머물렀지만 2007년 이후에는 90%를 웃돌았다.

노령연금 전액을 받고 여기에 유족연금의 일정 비율까지 추가로 더해지는 구조가 수급자들의 선택을 좌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순히 원래 급여 종류가 무엇인지보다, 제도가 설계한 추가 지급이 어떤 조합에서 유리해지는지에 따라 행동이 정해진 셈이다.

자신이 노령연금을 받는 중 배우자가 사망해 유족연금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선택 양상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2007년 이전에는 노령연금 선택 비율이 50%에서 60%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7년 이후에는 약 75%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장애연금과의 조합에서도 변화는 확인된다. 장애연금을 받다가 노령연금 수급권이 새로 생길 때 과거에는 장애연금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 가입자 비중이 늘고 노령연금 수령액이 커지자 노령연금을 선택하는 쪽으로 역전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제도가 성숙해지며 수급 조건과 금액의 상대적 가치가 재정렬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30%는 상대적으로 낮아

다만 제도가 완전히 논란을 잠재운 것은 아니다. 현행 구조는 본인 노령연금을 고르면 유족연금의 30%를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유족연금을 고르면 본인의 노령연금은 지급이 멈춘다. 다시 말해 유족연금 선택 시에는 본인의 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급자 입장에서는 계산이 매우 명확해지고 선택이 특정 급여로 몰리는 효과도 커졌다. 선택이 더 단순해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유족연금 선택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30%는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의 중복지급률 50%와 비교해 낮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같은 생활 안정 목적의 연금인 만큼, 중복 상황에서 보장 수준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에 대한 형평성 논의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동안에는 선택 비율이 큰 폭으로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나, 연금 제도의 성숙도나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수급자들의 선택 양상이 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대표적인 급여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충족하고 법에서 정한 지급 개시 연령에 도달했을 때 평생 매월 받는 노후 생활 연금이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수급권자가 사망했을 때, 고인의 생계를 의존하던 유족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월 지급하는 연금이다. 배우자와 자녀 등이 주요 대상이다.

장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치료받은 뒤에도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남아 소득 활동이 줄어드는 경우를 보전하기 위해 장애 정도에 따라 매월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된다.

이번 보고서가 보여주는 핵심은 제도 설계가 수급자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있다. 2007년부터 유족연금의 일부를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중복급여 상황에서도 수급자들은 본인의 노령연금을 우선 선택하는 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었다. 2016년 추가 지급률이 더 확대되면서 쏠림은 더욱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유족연금 선택 시 본인의 노령연금 지급이 멈추는 구조, 그리고 직역연금과의 중복지급률 격차는 여전히 제도 개선 논의의 여지를 남긴다. 중복급여를 둘러싼 선택이 더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설계되려면,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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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