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조정 결렬에 정부 개입 거론
‘30일간 파업 금지’ 강력한 조치
총파업 강행 땐 최대 40조 피해
靑·고용장관 “대화로 해결해야”
삼성전자 노사의 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결국 불발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과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 측이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서 노사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30일간 파업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긴급조정권은 노조법상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개입 수단이다.
13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됐을 정도로 사용요건이 엄격한 제도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발동할 수 있으며, 국민경제·국민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공익사업, 대규모 사업, 국민경제·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노조법상 정책적 수단이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큰 사안일 경우에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것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은 정부의 중재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 등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대규모 파업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노조의 단체행동권과 쟁의권을 제한한다는 논란도 뒤따른다.
노사의 합의를 사실상 강제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사는 조정 절차에 들어가고, 조정이 불발될 경우 중노위 판단에 따라 중재 절차로 넘어간다. 중재 단계에서는 중노위가 제시한 중재안을 노사가 수용해야 한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이 자리하고 있다. 노조 예고대로 총파업이 18일간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18조원에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고 있는 수출과 증시, 국가 경쟁력 전반에도 연쇄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노사 간 자율 합의를 최대한 유도할 방침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결렬된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파업 예고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정권 발동 등을 통한 파업 차단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지원하고, 그 뒤에 물어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노사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가진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유튜브 ‘장유선의 취재편의점’에서 긴급조정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는 긴급조정보다는 노사 간 대화를 통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긴급조정권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 존중’ ‘노사 자치’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조은효 성석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