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도한 변동성 용인 안해”
고환율 뉴노멀 우려에 대책 한계
3주째 1500원선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57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제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외환당국 수장의 잇따른 구두개입도 시장에선 ‘경고’가 아닌 ‘불안’으로 읽히며, 약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일시적 현상’으로 급등세가 잦아들기만 기다리는 모양새에 가깝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면서 1500원대의 고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39.1원)보다 4.1원 내린 1535.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555.2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에 대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긴급 메시지를 냈다. 경제당국은 외국인투자자의 20영업일 연속 77조원에 이르는 국내 주식 순매도와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에 따른 달러 수요 급증 요인과 함께 역외차익결제선물환(NDF)의 투기성 거래를 지목했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 급등 이후 20일째 지속되는 외국인투자자의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 NDF 시장에서의 투기 및 가수요 쏠림이 환율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NDF 시장의 투기 거래와 수출기업의 고의적 달러 지연 거래를 더 들여다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 하반기 때와 별 차이가 없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NDF를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하긴 했으나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등 역외시장에서 야간에 거래가 이뤄져 정부의 모니터링과 직접 개입이 쉽지 않다. 경제당국은 명확한 개선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 성공의 비용’이라는 발언 등으로 정부가 고환율을 ‘뉴노멀’로 용인하는 듯한 대응을 해오다가 달러 수요와 환투기 우려가 커진 뒤라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제당국은 올해 2000억달러 이상 예상되는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1~4월 1206억달러)와 풍부한 달러 유동성(외화보유고 4300억달러)을 들면서 이번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성질이 전혀 다른 ‘환율 상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코스피 8000 돌파 이후 달러 환전 수요가 폭증하는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과 변동성 확대가 충분히 예상된 상황에서 ‘뒷북 대응’으로 당국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뉴프레임워크 작업, ‘서학개미’의 국장 복귀를 위한 국내주식복귀계좌(RIA) 등의 대책은 지금과 같은 고환율 뉴노멀 앞에서 효과도 제한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1550원선 환율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일시적인 오버슈팅 성격”이라면서 “국내 주식 매도세가 진정된다고 해서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복귀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