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작년 가격 폭등후 올해는 폭락
정부 개입 줄여 시장에 가격 맡겨
韓, 선제적 수급관리로 변동 줄여
20㎏ 소매가 격차 3만6천원으로
일본 쌀값이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40% 넘게 떨어졌다. 선제적 수급 정책의 부재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 수급조절용 벼, 정부양곡 대여 등 쌀 정책을 강화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세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속 선행적인 쌀 수급 조절책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쌀 가격에 대한 정부 입김이 셀수록 예산 투입이 늘고, 쌀 편중 농업의 구조적 전환이 어려워지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21일 국가데이터처와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 산지 쌀값은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2025년산은 10월 1만2353엔(약 10만3765원)를 기록했다. 60㎏ 일본 현미를 20㎏로 단순 환산한 수치다. 전년동월 7940엔(약 6만6696원)이나 평년 4905엔(약 4만1202원)과 비교하면 각각 55.6%, 151.8% 높았다. 반면 올해 9월은 7098엔(5만9620원)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43% 하락했다. 통상 쌀값은 10월 수확기를 고점으로 떨어진다.
한국 산지 쌀값은 올해 9월 5만6595원으로 일본보다 약 3000원이 싸다. 일본이 고점 대비 43% 하락한 것과 달리, 한국은 4.4% 내리는데 그쳤다. 한국 산지 쌀값은 2025년산 10월 5만9216원으로 전년동월 4만6325원, 평년 5만914원 대비 각각 27.8%, 16.3% 비쌌다.
양국의 ‘소비자 쌀값’ 격차는 약 3만6000원으로 산지보다 더 벌어진다. 20㎏ 기준 일본은 이달 13일 1만1820엔(약 9만9288원)이다. 한국은 6만3513원이다. 1년 전 일본은 1만7524엔(약 14만7107원), 한국은 6만6972원으로 각각 32.6%, 5.2% 내렸다. 하락 폭 격차가 큰 셈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24년 여름 시작된 쌀 품귀 원인으로 무더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대지진 우려로 가정 비축 증가, 해외 여행객 증가 등을 꼽았다. 지난해 일본은 공공비축미 방출에도 쌀값이 급등하자 올해 농가가 주식용 벼농사를 늘렸고 쌀 가격은 급락했다. 올해 개산금마저 38% 하락해 생산비를 밑돌게 됐다. 개산금은 JA(일본 농협)가 가을철 수확기 농가로부터 쌀을 수매하면서 선지급하는 돈이다. JA가 내년 쌀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농민에게 선급금을 더 적게 주는 셈이다.
당초 일본은 정부 비축미를 통해 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정책을 폈다. 1990년대 후반 쌀 재고 누적으로 비축미 운영 부담이 연간 1500억엔에 달하는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 쌀 파동으로 사후 정책(비축미 매입)에 방점을 둔 수급 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한국은 사전적 수급관리 정책을 통해 연중 쌀값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단경기(7~9월)에 가격 상승이 나타나자 ‘정부양곡 대여’를 도입했다. 이 밖에 가공용으로 용도를 제한, 밥쌀용 쌀의 수급을 조절해 사전 생산을 줄이는 ‘수급조절용 벼’도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가격 상승 시 정부양곡을 대여해 상승 폭을 줄이고, 벼 재배면적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수급조절용 벼로 사전 공급량을 조정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수급 조절 기능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선제적 쌀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선 수급조절용 벼 등 전략작물직불제 지원 단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두 나라 모두 쌀 중심의 농업 구조를 바꾸려고 하지만 농사 편의성, 농민 소득 때문에 쉽지 않다”며 “앞으로 쌀의 프리미엄, 유통 경쟁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쌀값 유지 정책이 강화될수록 ‘재정 부담’도 커진다. 내년 쌀 수급안정 정부 예산안은 △시장격리에 따른 농협손실보전 5006억원 △공익기능직불제(하계 전략작물직불제 포함) 3378억원 △쌀자조금 29억원 등 총 8413억원 규모다. 5년 전인 2023년과 비교하면 2배다. 농식품부는 “선제적 수급관리로 쌀 시장격리 비용을 줄여 오히려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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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