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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겨우 살아났는데"…SK하이닉스 ‘5단 중복상장’ 논란, 개미들 ‘불안’

미 자회사 솔리다임 나스닥 분할 상장 검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중복상장’ 비판 논평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을 분할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본시장에서 중복상장과 주주가치 훼손을 둘러싼 비판이 본격화되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SK하이닉스가 지배구조 리스크와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이자, 기존 주주들의 불안감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버넌스포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외로 수출하는 행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논평을 발표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포럼 측은 “창피합니다, 최태원 회장님”이라며 “국내 공정거래법의 3단 제한 규제를 피하려 해외 법인을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외로 수출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 분석에 따르면 이번 중복상장은 최태원 회장 →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 →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무려 5단계 중복상장 구조다.

포럼은 “엔비디아나 대만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왜 엔비디아에는 자회사 중복상장이 없는지 물어봐라”며 해외 법인을 통한 지배구조 확장보다 기존 국내 3단 중복상장 해소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SK텔레콤(4억 8000만 달러), SK㈜(2억 5000만 달러), SK이노베이션(3억 8000만 달러) 등이 솔리다임 모회사에 출자하기로 한 ‘캐피탈 콜’ 구조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가 일군 성과를 최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들이 나눠 가지면서 SK하이닉스 일반주주로부터 SK㈜ 등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금 88조원 쌓아두고… 자금 조달, 왜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상장 추진이 순수한 투자 재원 마련 목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은 60조 5426억 원에 달하며, 2분기 말 현금성 자산만 88조 원에 이른다. 총차입금도 오히려 감소한 상태다.

넉넉한 재무 상태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그룹 최상단 지배구조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0%를 보유한 SK스퀘어로, SK하이닉스가 창출한 막대한 현금이 그룹 최상단인 SK㈜ 및 지배주주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 구조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사업부를 분리해 계열사 자본을 참여시키는 구조를 택한 것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현금흐름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하게 저평가된 이유 역시, 막대한 잉여현금흐름(FCF)이 일반주주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배구조 불신’과 ‘키맨 리스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가 움직임 차별화…”주주 손실 방지책 선행돼야”

실제로 솔리다임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 5일 종가 대비 13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6.8%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4.9% 하락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솔리다임이 상장될 경우 사업 성과의 수혜가 외부 주주와 분산되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산업 구조 측면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언급된다.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한 회사로,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현지 생산 및 사업을 확대할 경우 HBM과 낸드 플래시 양쪽 모두에서 글로벌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희석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막을 명확한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솔리다임 상장 관련 입장을 재공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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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