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설악산 풍경’
김종학 ‘설악산 풍경’. 서울옥션 제공
계절의 정취와 생동하는 에너지를 풍경의 단편으로 전달하는 김종학은 ‘설악산 화가’로 불린다.
50여 년 전, 개인적인 시련과 창작에 대한 고뇌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설악산으로 들어가 세상과 스스로 단절했던 작가는 그곳에서 마주한 자연의 생명력에서 다시금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작업하며 실험적인 모색기를 보낸 뒤 독자적인 화풍을 완성했다.
설악산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도 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듯 울창한 나무숲으로 유인하다가도 단단히 문을 잠가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눈에 담겼다가 손끝으로 풀어내지는 사계절의 변화를 탄생과 절정, 소멸, 그리고 기다림으로 캔버스에 펼쳐내었다.
가로 2m에 달하는 캔버스에 1999년 설악산의 여름 풍경을 보여주는 ‘설악산 풍경’은 원색에 가까운 다채로운 색감과 역동적인 대각선 구도로 자연의 원초적인 생동감을 담아내었다. 대형 화폭을 과감하게 장악해 보는 이를 압도하고,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붓놀림은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자유로운 붓질로 호방한 느낌을 자아낸다.
김종학은 이 시기에 숲의 에너지를 캔버스에 가득 채운 대형 풍경화를 다수 제작했다.
마치 자연의 모든 생명을 캔버스에 한데 풀어놓은 듯 꽃과 넝쿨, 새, 나비, 벌 등이 화면 가득 배치되어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동시에 짝을 맞추어 자리 잡은 모습이 숲의 무질서함 속에 생명의 질서를 찾아내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추상 화가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김종학의 풍경은 자연의 거친 숨소리와 찬란한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녹음의 절정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극대화해 작가의 삶의 의지를 회복시켜 준 자연의 에너지를 나누고자 한다.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