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오디세이 보도스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보도스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보도스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보도스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보도스틸.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유니버설 픽처스=AP/뉴시스] 영화 ‘오디세이’의 한 장면. 왼쪽부터 케페우스 역의 지미 곤잘레스, 오디세우스 역의 맷 데이먼, 에우리로코스 역의 히메시 파텔.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작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왜 여전히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를 강렬하게 증명한다.
거대한 아이맥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바다와 폭풍, 신과 괴물의 세계는 3000년 전 신화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린다. 러닝타임 2시간52분.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 생리적인 욕구마저 눌러버릴 만큼 파란만장한 여정과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비롯해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로 이어진 놀란 감독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는 ‘오디세이’에서 또 한 번 빛난다. 이번에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승리한 영웅이 짊어진 속죄의 여정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모험을 다룬다. 전쟁 기간까지 합치면 무려 20년 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 아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이 영웅의 혹독한 현실은, 어떤 명분 하에 일어났건 전쟁이란 얼마나 많은 개인과 가족의 삶을 지옥으로 내모는지 새삼 일깨운다.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기억을 잃은 채 아름다운 님프 칼립소(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섬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나 마음이 편치 않다. 왕이 부재한 이타카에서는 구혼자들의 우두머리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가 오디세우스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왕비 페넬로페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를 압박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여정을 번갈아 보여주며 극적 재미를 높인다. 아버지는 고향을 향해 거센 파도를 넘고, 아들은 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며 왕가를 위협하는 구혼자들과 맞선다.
무엇보다 놀란 감독은 이 오래된 신화를 화려한 영웅담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생존자의 귀환 여정에 가깝다.
특히 오디세우스는 사냥할 때마저도 활시위를 튕겨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정도로 정당한 싸움을 중시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전쟁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그 원칙을 무너뜨렸다.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으로 적을 속이고, 심지어 아군에게도 진실을 감췄다. 오디세우스를 통해 그 승리는 무엇을 지키고, 어떤 약속을 깨뜨린 끝에 얻은 성과인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이러한 질문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승리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으로 보게 한다. 그가 맞닥뜨리는 폭풍과 괴물, 죽음의 위기는 신들이 내린 형벌인 동시에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짊어져야 할 죄책감과 업보로 다가온다.
주역 맷 데이먼은 오디세우스를 끊임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는 인간으로 그려낸다. 그 모습은 대단히 인간적이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책임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늘날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안티노오스는 오디세우스와 대척점에 있다. 그는 직접 싸우기보다 다른 사람을 부추기고 힘과 권력을 과시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회피한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전쟁 영웅과 윤리를 잃어버린 새로운 권력이 충돌하면서 이 영화는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에도 통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640㎞ 필름에 새긴 신화…볼거리 너머 전쟁과 인간을 묻다
컴퓨터그래픽보다 실제 촬영을 중시하는 놀란은 이번에도 그 연출 철학을 견지한다.
실제로 제작한 높이 10.7m의 트로이 목마는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낸다. 실제 항해가 가능한 배도 만들어 거친 바다 위에 띄웠으며, 그리스·이탈리아·아이슬란드·스코틀랜드 등 세계 곳곳의 장엄한 자연을 신화의 무대로 끌어들였다.
놀란은 신화가 지닌 원형의 힘을 전통적이고 묵직한 연출로 밀고 나간다. 광활한 자연 속에 놓인 인간은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카메라는 그 작은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욕망, 죄책감까지 놓치지 않는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화면은 ‘오디세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91일간의 촬영에 약 640㎞에 이르는 필름이 사용됐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약 325㎞)를 왕복한 것과 비슷한 길이다.
놀런 감독은 앞서 미국의 연애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촬영 기간을 100일로 잡고 시작했다. 그런데 91일째가 되자 더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며 “모두가 완전히 지쳐 있었다. 정말 고된 과정을 거쳤다”며 얼마나 전력을 다해 찍었는지를 내비쳤다.
다양성 포용한 캐스팅
영화는 영웅의 성취뿐 아니라 그 이면의 과오까지 들여다보는 시선뿐 아니라 다양성을 중시한 배우 캐스팅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절세 미녀 헬레네와 클리타임네스트라를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배역인 시논 역을 맡았다.
북미 개봉 전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원작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원작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역사적으로 정확한 오디세이’를 만들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성을 중시한 새로운 신화 해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디세이’는 눈앞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광경에 탄성을 터뜨리게 하면서도 극장을 나선 뒤에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해외 언론도 영화의 거대한 볼거리뿐 아니라 묵직한 메시지에 주목했다.
인디펜던트는 “놀란의 최고작이자 그를 대표할 영화”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쟁의 규칙을 깨뜨린 오디세우스의 선택을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에 빗댔다. 더 큰 목적을 위해 내린 판단이 역사를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돌려놓고, 그 선택을 내린 인간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을 남긴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디세이’를 전쟁 영웅담이라기보다 전후의 환멸과 상처를 다룬 이야기로 해석했다.
‘오디세이’ 69개국 박스오피스 1위
한편 ‘오디세이’는 놀란 감독 영화 역대 최고 글로벌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오디세이’는 북미를 비롯해 영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호주·인도 등 세계 69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글로벌 오프닝 수익은 2억6406만달러(약 3908억원)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 기록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 성적을 넘어섰다.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95%, 관객 대상 팝콘 지수 97%를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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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