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인정하며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가족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을 사과한 데 대해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반응이 나온 가운데, 조부 안부호의 소록도병원 근무 이력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영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저의 증조부와 관련된 일들로 큰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하영은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의 자랑처럼 말해 온 점을 먼저 사과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밝혔다.
하영은 친일 의혹이 불거진 직후 소속사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일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다. 충분한 확인을 거치지 않은 잘못된 입장이 전달된 점 역시 자신의 부족함에서 비롯됐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온라인에서는 하영이 직접 가족사를 확인한 뒤 친일 행적을 인정했다는 점을 두고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사과를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사과문에 조부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은 점을 아쉽게 보는 반응도 있었다. 하영이 방송에서 밝힌 ‘4대째 의사 집안’ 이야기를 두고 증조부뿐 아니라 조부 이력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의 조부는 고 안부호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로, 과거 국립소록도병원 근무 이력이 알려졌다. 하영 측도 안부호가 조부이고 1949년부터 소록도병원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소록도는 한센인 강제 격리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해방 뒤에도 한센인을 대상으로 단종과 가족 분리 등 인권침해가 이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안부호 교수가 당시 소록도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직접 가담했다고 볼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조부 관련 내용이 빠진 점을 두고 “하영 사과문에 소록도 이야기는 왜 없느냐” “먼저 소록도에서 헌신한 것을 자랑하더니 정작 사과문에서는 소록도 이야기가 빠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작가 소재원도 조부 소록도 근무 이력과 관련한 문제를 비판했다. 소재원은 11일 자신의 SNS에서 과거 작품 취재를 위해 소록도를 찾았던 경험을 전하며 하영에게 소록도의 역사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소록도에 남은 한센인들의 희생과 인권침해 역사를 말한 뒤 “그리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조상을 두셨다면 소록도에 가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하영은 사과문 말미에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의 역사와 그 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앞으로 역사를 대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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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