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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치매 넘어… 무대 위로 날아오르다 [엄현희의 생각하는 극장]

발레를 소재로 한 뮤지컬 두 편이 눈에 띈다. 하나는 명불허전 라이선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다른 하나는 웹툰 원작 창작뮤지컬 ‘나빌레라’다. ‘빌리 엘리어트’는 소년이 발레를 하는 이야기고, ‘나빌레라’는 할아버지가 발레를 한다.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와 ‘나빌레라’의 덕출이 무대에서 발레를 할 때 객석은 숨죽인 채 몰입해 장면에 빠져들게 된다. 이들의 무대가 보는 이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은 이들의 춤이 절망과 고통, 혹은 덧없음과 한숨, 눈물의 삶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는 가난한 탄광촌의 평범한 아이였다. 그에게 춤의 재능은 차라리 거추장스러운 것이었을지 모르며, 그의 아버지와 형은 빌리의 재능을 위해 본인들의 의지를 꺾고 땅 밑으로 일하러 간다. ‘나빌레라’의 덕출은 70대의 할아버지로, 발레와는 무관하게 살아오다 별안간 어린 시절 한 번 본 기억을 따라 발레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사실 그는 치매에 걸렸으며, 발레는 사라져가는 스스로에 대한 작은 저항이자 인생에 대한 후회의 상징일 수도 있다.

이번이 네 번째인 ‘빌리 엘리어트’는 명성 그대로다. 소년이 춤을 추는 장면 외에도 거의 모든 장면을 꽉 채워 역동적이고 눈부신 흐름을 만든다. 피 흘리는 광부 시위대, 경찰, 발레를 하는 소녀들이 서로 뒤섞이고, 때로는 별도로 장면을 장악하며 뮤지컬의 압축된 장면의 교과서를 연출한다. 시각적으로도 전혀 다른 이질적인 모습들이 뒤섞이는 장면이 시종 연출되는데, 그것은 어쩌면 뒤죽박죽 종잡을 수 없고 인간을 배신하며, 혹은 어느새 곁에 잡힐 듯 다가오는 운명이나 삶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 번째로 올라온 ‘나빌레라’는 웹툰 원작인 만큼 이야기가 다소 많고 복잡한 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덕출의 가족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정리돼 깔끔해졌다. 대신 20대 발레리노 채록을 통해 쌓아가는 서사가 다소 약화된 듯해 장면의 보완이 살짝 아쉬워진다.

발레의 점프 동작은 땅과 하늘, 인생의 양가성, 이상과 현실 등 삶의 명암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경이로운지도 모르겠다.

한숨과 토해낸 절망, 덧없음과 눈물을 그러모았을 때 비로소 찬란하고 온전한 삶이 되며, 그때야말로 삶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발레는 이러한 삶에서 피어난 것이다.

빌리와 덕출은 무대 위에서 비로소 우아하게 날아오른다.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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