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응원하는 일본인 야구팬, 아시안게임서 한국 응원해 화제
“1년 내내 지켜본 선수들,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다”
KBO 직관 응원 영상으로 화제가 된 日 야구 유튜버 B-모렐 /사진=본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이 아닌 한국 대표팀을 목청껏 응원한 일본인이 있다. 구독자 20만명이 넘는 일본 야구 유튜버 B-모렐(30)이다. 그는 1년 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본 한 경기를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KBO)에 빠졌다. 올해는 KBO 1군 구장을 모두 돌았고, 한 달간 한국에 살며 야구장을 오갔다.
KBO 직관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한국 야구팬 사이에서 조금씩 알려지던 그가 화제가 된 건 지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때다. 그는 대만과 치른 한국의 예선 첫 경기부터 한일전까지 직관하며 한국을 응원하는 영상으로 한국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왜 한국을 응원했는지, 한국 프로야구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는지 묻기 위해 21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시안게임서 목청껏 한국 응원한 일본인
B-모렐은”한국 야구를 알고 나서 야구의 재미가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일본 대표팀에는 제가 늘 보는 선수들이 없었던 반면 한국 대표팀에는 김도영, 윤동희, 노시환 같은 스타들이 있었다”라며 “올해 내내 제가 지켜봐 온 선수들이라 애착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한국을 응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한 일본인’이라는 상황은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제법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B-모렐은 “한국 분들은 어떤 상황이든, 어떤 멤버든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며 “일본에서는 좋아하는 선수에 따라 프리미어12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도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사람도 꽤 있어서, 그 온도차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B-모렐이 운영하는 KBO 채널에 올라온 아시안게임 한국 응원 영상 /사진=유튜브 ‘B-모렐~일본인의 KBO 사랑~’ 채널 갈무리
B-모렐이 한국 야구를 처음 접한 건 2년여 전이다. 일본 유튜브 채널에 ‘KBO에 가봤다’는 영상을 올리며 응원 열기에 놀랐지만,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025년 5월 25일, 한국 유튜버와 함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진 삼성과 KIA의 경기(3-2 삼성 승)를 보고 단숨에 한국 프로야구 매력에 빠져들었다.
“점수를 주고받는 엄청난 시소게임이었다. KIA 김도영 선수가 홈런을 치고, 그 뒤에 삼성 디아즈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쳤다”고 당시 경기 상황을 복기한 B-모렐은 “대구의 열기, 홈런이 잘 나오는 KBO만의 경기 흐름에 매료돼 그때부터 빠져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지금 투고타저가 심해서 초반에 점수를 주면 분위기가 무거워진다”며 “KBO는 선제점을 내줘도 얼마든 뒤집을 수 있다. 모두 스윙이 호쾌해서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며 한국 야구의 매력으로 타격을 꼽았다.
“한글 모르지만 응원가 따라 불렀죠”
B-모렐은 생목으로 응원가를 열창하는 영상으로 유명하다. 한국 팬들은 “일본인이 어떻게 한국 응원가를 저렇게 부르냐”며 놀랐다. 비결은 단순했다. 유튜브의 응원가 모음을 이동 중에도, 작업 중에도 계속 틀어두고 소리로 외웠다. 그 뒤 한글을 읽는 법과 ‘안타’, ‘날려버려’ 같은 단어를 배웠다.
양국 응원 문화의 차이도 피부로 느꼈다. 그는 “일본은 외야석에서 트럼펫과 북으로 응원하고, 선수마다 가사가 긴 응원가가 있어서 외국인에게는 문턱이 높다”며 “한국은 내야에 무대를 두고 스피커로 응원하는데, 가사가 정말 단순해서 한국어 일상 회화도 못 하는 저도 외울 수 있을 정도”라며 접근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관중석에 젊은 여성 팬이 많은 것도 일본과 다른 점이다. 그렇다면 공통점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웃으며 “야구장 음식이 맛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는 잠실야구장의 삼겹살 정식을 꼽았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에 갔다. 수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여 함께 노래하는 그 공간을 일찍부터 사랑했던 그는 야구 응원 브이로그를 꾸준히 유튜브에 올리며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대학원까지 마치고 일본 대형 건설사에 입사했지만 2021년, 자신이 응원하는 오릭스 버팔로스가 25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 되자 참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회사일로 바빠서 우승팀의 영광의 순간을 담아내지 못하는 게 견딜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안 되면 다시 취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결심도 덧붙였다.
대기업을 선뜻 퇴사한 결정에 후회는 없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B-모렐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사에 남았다면 한국에 이렇게 자주 오고, 대만에도 가는 삶은 절대 못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 B-모렐은 “개인사업자라 스스로 꾸려가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지금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KBO 직관 응원 영상으로 화제가 된 日 야구 유튜버 B-모렐 /사진=본인 제공
한국 채널은 ‘적자’…”좋아하는 것을 한국 팬들과 나누는 게 제일 즐겁다”
그가 지난해 11월 연 KBO 채널은 최근 구독자 1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매번 경기를 보러 올 때마다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B모렐은 “완전히 적자고, 취미로 운영하는 채널”이라면서도 구독자 20만명이 넘는 일본 채널에서 한국 채널을 일부러 홍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KBO 직관의 즐거움을 순수한 ‘열정’의 영역에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채널에 올리면 조회수는 훨씬 더 나오겠지만 일부러 안 하고 있다”며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한국 팬들과 함께 나누는 게 제일 즐겁다”고 설명했다. 직관한 날 밤에 바로 영상을 올리다 보니 “정말 혼자 편집하느냐”는 댓글도 자주 받는다. 답은 “혼자”다.
올여름 그는 한 달간 한국에 방을 얻어 살았다. “집에서 일을 보다가 바로 야구장에 가고, 부산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기도 했어요. 한국 사람의 야구 생활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상동, 이천 등 2군 구장까지 찾아간 것도 장기 체류였기에 가능했다.
B모렐의 꿈은 한일 야구를 잇는 가교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한국 야구를 정말 모르고, 한국 분들도 일본 야구를 잘 모른다”고 말한 그는 “한국 야구를 알고 나서 야구의 재미가 두 배가 됐다. 앞으로 한일 양국에서 더 영향력을 키워 서로의 야구 문화를 잇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의 포스트 시즌을 응원하기 위해 24일부터 한국에 머무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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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