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군무원) 유족들과 한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합사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오는 15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주요 간부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단체로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이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조율 중이다. 당초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도 참배를 검토했으나, 지바현 수해 피해 대응을 이유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개별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당 간부는 있었으나, 이처럼 지도부가 단체로 참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당 입장에서의 참배이며, 마음을 다해 전몰자를 추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집단 참배가 보수층을 배려하는 동시에, 향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참배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환경을 정비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천여 명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도쿄재판을 통해 처형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꼽힌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구마모토 강진 수습 등 내정 집중을 이유로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재난 대응을 내세웠으나, 참배 강행 시 개선 흐름을 보이는 한일 관계 및 한미일 3국 연대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과거 정기적으로 야스쿠니를 찾았고 총리 취임 시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던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후 직접 참배 대신 개인 명의의 공물만 봉납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패전일에도 공물 봉납을 진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7일 관련 질문에 “총리 본인이 적절히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가와 준야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엑스(X)를 통해 “여당 간부가 단체로 참배했을 때 인근 국가와의 관계나 외교에 더 큰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바 구미코 아오야마가쿠인대 명예교수 역시 “패전일에 인근 국가와의 외교에 지장을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히 언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처음 맞이하는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반성’과 ‘부전(不戰·전쟁하지 않음)의 맹세’를 언급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2013년 아베 신조 내각 이후 삭제되었던 이 문구는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 의해 13년 만에 재등장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