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1~2일로 예상되던 이란 인프라 공습 돌연 취소 “이란 및 중동국에서 공격 멈추라고 부탁, 합의 범위 정해져” 이란 측은 트럼프 “또 후퇴” 조롱…공격 중단 부탁은 “거짓말” 사우디, 트럼프와 통화에서 이란 대공습 말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 노린 이란의 보복 공습 우려한 듯 美 전투 역량 흔들려, 방공미사일 부족 우려 美 유럽사령부 ‘증원 없으면 이스라엘 방어 어려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국제 공항에 착륙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예정됐던 이란 대공습을 실행 직전 취소했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트럼프를 말렸다고 추정했으며 이란 측은 미국이 후퇴했다고 선전했다.
트럼프 “협상 범위 합의”…이란 “美 후퇴”
트럼프는 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의 군사적 위협과 힘, 전투 태세를 갖춘 채 이란을 겨냥해 장전을 완료하고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그러나 우리는 방금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협상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으니 공격을 멈추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 범위에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해당 요청에 따라 신속하게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조건 아래, 세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동시에 성공적이고 번영하는 이란의 생존을 위해, 공격을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도 나와 함께 이러한 약속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2일 이란의 국영 IRIB방송은 트럼프의 발표 직후 그가 이란을 향한 위협에서 “또다시 후퇴했다”면서 트럼프가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이란의 반관영 매체 메흐르통신은 이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공격을 멈추라고 요청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 체결에도 불구하고 6~7월 사이 호르무즈해협 통행 관리 문제로 충돌했으며 지난달 24일부터 겨우 교전을 중단했다. 그러나 양측은 같은 달 28일부터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이란)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더 못 참겠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CBS방송 등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달 1~2일 사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역대급 대규모 공습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 역시 트럼프의 위협에 반응했다. 이란 최고안보위원회(NSC) 산하 매체 누르뉴스는 1일 보도에서 미국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 역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유전, 카타르와 이스라엘의 가스전을 타격해 “모두 잿더미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사우디 역할 주목, 전투 역량 부족할 수도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각료들과 연속으로 통화한 뒤”어떠한 침략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사우디 외무부와 통화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어떠한 침략이나 역내 국가들의 행동 가담은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사우디의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은 1일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날 트럼프와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은 통화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걱정하며 갈등 완화와 공습 자제를 촉구했다고 알려졌다. 관계자는 해당 통화에 대해 “사우디 측은 이란이 사우디 및 다른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빈 살만은 트럼프에게 이란을 상대로 검토 중인 새로운 대응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로스 해리슨 선임 연구원은 1일 카타르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아직 트럼프의 공습 취소 이유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마도 사태 악화의 잠재적 위험 때문에 트럼프가 양보했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현재 대치 상황이 “인내심 시험”에 가깝다며 사태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공습의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 보도에서 미군이 중동 지역에서 방공미사일 재고가 부족해 이란 공습 확대를 보류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방공미사일이 고갈되면 이란의 보복 공습에서 미군 자산과 사우디 등 동맹국을 보호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군 유럽사령부가 지난달 마지막주에 미국 전쟁(국방)부를 상대로 전력 증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사령부의 핵심 임무는 러시아의 원거리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의 원거리 타격까지 방어하고 있다. WP에 의하면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유럽사령관은 전쟁부에 구축함을 추가 지원받지 못하면 이스라엘 방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에 이란군의 미사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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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