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방향성 뺀 ‘견지’ 표현 파장…비핵 3원칙 수정 가능성 열어뒀나
핵무기금지조약은 언급 안 해… “日,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에 사명”…핵무기금지조약은 언급 안 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81년을 맞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6일 ‘비핵 3원칙’을 언급하면서 비핵화를 견지하겠다는 미래형 표현 대신 견지하고 있다는 현재형 표현을 반복해 사용해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 운동권 일부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전 총리들과 다른 표현을 쓴 것은 핵 수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말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81년을 맞아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반세기 넘게 사실상 일본의 ‘국시'(國是)로 간주돼 왔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堅持しており)”라고 말했다. 이는 이전 총리들이 같은 기념식에서 썼던 ‘견지하면서'(堅持しながら, 堅持しつつ)라는 표현과 차이가 있다. ‘견지하면서’라는 표현에는 앞으로도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향성이 담긴 반면, ‘견지하고 있으며’는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데 그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지 언론들도 이 점을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념식 이후 피폭자들과의 면담, 기자회견에서도 비핵 3원칙과 관련해 “견지하고 있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의도성이 강하게 실려있다는 지적이다.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다카이치 정권이 들어선 후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에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이날 히로시마 원폭 전몰자 위령식에서 비핵 3원칙 견지를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세계의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겪은 원폭 참화는 결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 회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길은 절대 순탄치 않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하기 위해 NPT 체제의 유지·강화를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이날 기념식에서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 원폭의 참상과 핵무기 사용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해 핵무기 사용·개발 등을 금지한 TPNW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는 3대 안보문서 개정과 관련해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할지를 질문받자 “문구 표현에 대해 제가 지금, 예단하는 것은 삼가겠다. 비핵 3원칙을 정책상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정부로서는 비핵 3원칙을 정책상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으며, 지적된 표현은 이런 정부의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라고만 답하면서 앞으로도 이를 고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히로시마시는 이날 평화 기념식에 역대 최다인 121개국·지역의 대표가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원폭이 투하된 시간인 오전 8시 15분에 일제히 묵념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였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원폭 공격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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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국제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