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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 새로운 국면 진입… 韓, 中 활용하고 日 협력을" [인터뷰]

中서 日로 활동무대 옮긴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파트너

韓, 中과 단품경쟁땐 승산 없어

‘脫중국 아닌 用중국 전략’ 필요

日, 반도체·로봇으로 재기 노려

밸류체인 분업·데이터 공유 가능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파트너가 지난달 28일 도쿄 롯폰기의 맥킨지 오피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한국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반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중국 기업과 제품 대 제품으로 맞붙기보다 저비용·고효율 공급망을 활용해 ‘혁신 프리미엄’을 만들어야 한다. 탈중국이 아닌 ‘용중국(用中國)’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20년간 활동한 뒤 지난해 일본으로 옮긴 성정민 맥킨지글로벌연구소 파트너( 사진)는 지난달 28일 도쿄 롯폰기의 맥킨지 오피스에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쟁·학습·활용의 산업 생태계로, 일본은 공급망을 함께 설계할 협력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맥킨지가 발표한 일본 신성장 보고서 ‘표류에서 역동성으로’를 계기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일본이 전략적 선택에 나서면 2040년까지 최대 1조7000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창출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성 파트너는 “세계 경제의 게임 규칙은 20~30년마다 바뀐다”며 “지금은 세계화·자유무역·저금리 시대에서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는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세계화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확산, 공급망 재편, 자본비용 상승과 고령화가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1990년대 이후 약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 파트너는 “일본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고 컴백 스토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제로’…日 컴백의 조건

맥킨지는 인프라·성장자본 확대, 글로벌 혁신 생태계 연계, 인재 육성과 제도 개혁을 일본의 과제로 제시했다. 산업별로는 반도체·로보틱스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AI는 제조 역량을 활용해 성장을 가속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일본이 웨이퍼·포토레지스트·제조장비·패키징과 감속기·모터 등 핵심 소재·부품에 강해 피지컬 AI 시대에 다시 부상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시장에서는 세계 점유율이 50~90%에 달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품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는 “일본은 소재·부품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지휘하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돼야 한다”며 “경쟁사 제품까지 활용해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 현장의 ‘암묵지’를 AI로 전환하는 것도 관건이다. 중국의 강점이 데이터의 양이라면 일본은 수십년간 축적한 정밀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노하우가 차별점이다. 그는 “숙련 엔지니어가 퇴직하기 전에 암묵지를 AI 솔루션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일본이 범용 생성형 AI에는 늦었지만 피지컬 AI에서는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中은 활용하고 日과는 시스템 협력

일본의 산업 부활은 한국에 위협이자 기회다. 일본이 재기를 노리는 반도체·로봇·배터리·원자력은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겹친다. 성 파트너는 “섹터 차원에서는 직접 경쟁하지만 밸류체인 전체로 보면 협력할 공간도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설계·핵심 지식재산권(IP), 한국과 대만은 제조,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에 강하다. 한일은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분업하고 제조 데이터를 공유해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산업에서는 공동 수주와 국제표준 마련도 가능하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빠른 상용화, 치열한 내부 경쟁을 바탕으로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생성형 AI에서도 최첨단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낮은 가격과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성 파트너는 “중국은 활용하고 일본과는 통합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승부는 누가 더 좋은 단품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시스템을 먼저 설계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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