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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기도 세웠다…말라가는 유럽 강, 에너지 안보 흔든다

다뉴브강 유량 역대 최저 수준

냉각수 부족에 원자로 2기 모두 멈춰

전력 20% 공백에 석탄발전 재가동

루마니아, 8월 에너지 비상사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량이 급감하면서 루마니아 전력의 약 20%를 책임지는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가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가뭄이 농업과 물류를 넘어 원전 가동과 전력 공급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국영 원전 운영사 누클레아렉트리카는 이날 체르나보다 원전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2호기를 국가 전력망에서 분리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체르나보다 원전은 약 700MW급 원자로 2기를 갖추고 있으며 평상시 루마니아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해 루마니아의 원전 발전 비중은 20.53%였다.

앞서 1호기는 다뉴브강 수량 감소로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지난달 28일 가동을 멈췄다. 남아 있던 2호기까지 이날 정지하면서 체르나보다 원전의 발전은 완전히 중단됐다.

원전 가동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록적으로 낮아진 다뉴브강 유량이다. 당국은 체르나보다 일대의 다뉴브강 유량이 이틀간 초당 약 13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루마니아는 원전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 장애물을 폭파하고 준설 작업까지 벌였지만 수량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력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루마니아 정부는 8월 한 달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가정과 기업에 전력 소비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330MW 규모 갈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한편 수력·풍력발전 활용도 늘리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산업용 전력 공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루마니아 에너지부는 주변국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 있는 국가 간 송전 용량이 약 4000MW에 달한다며 유럽 각국 전력망 운영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 2기의 발전용량을 합치면 약 1400MW인 만큼 이론적인 송전 용량은 이를 웃돈다. 다만 폭염과 가뭄이 유럽 전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주변국의 전력 공급 여력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여름 유럽의 가뭄은 주요 강의 물길 자체를 바꿀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산하 유럽가뭄관측소는 7월 중순 기준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며 중서부 유럽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이 코페르니쿠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평균 유량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구간은 영국 템스강의 95%, 독일 라인강의 85%, 다뉴브강의 약 3분의 2에 달했다. 라인강에서는 선박 운항 차질이 본격화되면서 석탄과 화학제품 등 산업용 화물 운송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뭄 피해는 특정 국가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와 스위스를 비롯해 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 등 중부 유럽 곳곳에서 심각한 물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강물에 냉각수와 수력발전, 화물 운송까지 의존해온 유럽의 에너지·산업 기반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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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