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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맥 석유회사, 그린란드에 시추장비 ‘무단 반입’

당국 승인 없이 컨테이너 12개 하역…그린란드 정부 경고

1조달러 원유 매장 가능성 주장, 10월 탐사 추진

그린란드 누크.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미국 석유회사가 그린란드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석유 시추 장비를 현지에 반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지를 거듭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과 연결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을 둘러싼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된 그린란드 에너지는 최근 그린란드 동부 제임슨 랜드에 석유 시추 장비를 실은 컨테이너 약 12개를 하역했다.

문제는 그린란드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린란드 정부는 성명을 내고 장비 반입이 승인 없이 이뤄졌다며 회사 측에 경고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앞으로 모든 물류 관련 사항은 실행에 앞서 광물자원청에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에너지는 제임슨 랜드 지하에 최대 1조달러 규모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6000만달러를 투입해 탐사 시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린란드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지난 2021년 신규 석유 탐사 면허 발급을 중단했다. 기후변화로 북극권 자원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석유 탐사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그린란드 에너지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된 인사들이 회사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 자유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미국의 유명 방송인 필 맥그로우를 영입했다. 맥그로우는 회사의 석유 탐사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현대판 석유 탐사자들의 사명을 담아낼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미 해군 출신 인사도 이사로 선임됐다. 트럼프 행정부와 연결된 인사들이 잇따라 회사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민간 자원개발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세계 최대 섬인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 확보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왔다. 그린란드는 북극항로와 미국의 군사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희토류 등 막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다만 그린란드 에너지는 이번 석유 탐사 사업과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 구상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9월 캐나다에서 추가 시추 장비를 들여온 뒤 10월부터 탐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린란드 정부도 이미 반입된 장비의 철거를 명령하지는 않았다. 현재 회사가 제출한 시추 허가 신청을 심사하고 있어 실제 탐사가 허용될지는 당국의 결정에 달렸다.

이번 논란은 북극권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자원 개발 문제가 맞물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까지 현지 석유 개발에 뛰어들면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자원·안보 경쟁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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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