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단기 매매 과세 강화 검토
호주·캐나다 등 외국인 매입 규제
집값 급락땐 지방은행 부실 우려
일본 도쿄 전경.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집권 자민당이 아파트값 급등을 막기 위해 단기 차익을 노린 부동산 거래에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도쿄 신축 아파트값이 10년 새 두 배로 뛰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과 유럽에서도 주거비 부담이 정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집값 급락에 따른 금융권 충격 우려로 규제 수위를 고심하는 모습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주택토지·도시정책조사회는 이날 지방자치단체와 학계,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집값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의견을 수렴해 단기 매매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쿄 신축 11억6750만원…연봉의 20배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3784만엔(약 11억6750만원)으로 전년보다 18.5% 올랐다. 도쿄도 전일제 근로자의 지난해 평균 연봉 678만엔(약 5743만원)의 20.3배다.
마쓰시마 미도리 조사회장은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년 전의 두 배가 됐다”며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미 부동산 단기 매매 차익에 약 40%의 소득세와 주민세를 부과한다. 장기 보유 때 적용하는 약 20%의 두 배지만, 자민당에서는 투기 수요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추가 대책은 여당이 오는 12월 마련할 세제개정안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자민당은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등의 투기성 거래 억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달 초에는 당 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전담팀이 정부에 조속한 세제 대책을 요구했다.
내년 4월 통일지방선거도 논의를 재촉하고 있다. 도쿄 23개 특별구 중 22곳에서 구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주택 구매 시기를 맞은 자녀 양육 가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세입자 지원을 앞세웠다. 집값 상승으로 임대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까지 오르고 있어서다. 국민민주당은 공영주택 임대료 부담 완화와 빈집을 활용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제시했다. 공명당도 도쿄도의 민관 펀드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 사례를 들어 지원 확대를 예고했다.
■집값에 흔들리는 민심…금융권 충격은 부담
주택 문제는 각국 정권에도 부담이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도 부동산 정책이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며 “지난 9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주택 대책의 의회 부결로 지난 5일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마드리드에서 87세 여성이 살던 집에서 퇴거당한 일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주거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 규제도 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외국인 주택 구매를 한시적으로 금지했고 싱가포르는 외국인의 주택 취득에 60%의 추가 인지세를 부과한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매입을 일괄 제한하기보다 투기성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적에 따른 취득 제한은 서비스 무역·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어서다.
다만 집값 하락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부담이다. 지난 6월 일본 은행권의 전체 대출 중 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18.2%로, 거품경제 당시의 10% 안팎을 웃돌았다.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지방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중 약 4분의 1이 도쿄 도심 5개 구에 집중됐다.
부동산시장 위축이 증시로 번지면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자민당 조사회 간부는 가격 억제책의 강도와 도입 시기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나카 오사무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라며 “투기성 거래 억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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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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