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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사꾼 트럼프…’SNS 선공개’ 프리미엄 받고 판다[글로벌리포트]

주가·유가·코인 움직이는 트럼프 SNS

수천분의 1초 먼저 보는데 월 10만달러

초단타매매 업체들 상대로 유료 서비스

대통령 소통창구를 비즈니스 플랫폼화

백악관 복귀한 트럼프 일가 자산증식

보통은 퇴임 후에 출판·강연 수익행보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마트폰을 꺼내 글을 올린다. “관세를 올리겠다.” “중국과 협상을 재개한다.” “휴전이 임박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뉴욕 증시는 출렁이고 달러와 유가,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친다. 이제는 이 글을 남들보다 먼저 받아보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용료는 월 최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판매자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이다.

대통령의 말이 시장을 움직이고, 그 말을 가장 먼저 전달하는 권리가 가족 기업의 수익이 되는 시대다. 트럼프는 정치와 사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으로 신고한 소득만 14억달러다. 트럼프 일가는 백악관 복귀 이후 가상자산 사업으로 최소 23억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직 자체가 거대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글 먼저 보려면 10만달러

9일(현지시간) TMTG에 따르면 ‘트루스 API’는 트루스소셜에서 영향력이 큰 10개 계정의 게시물을 은행과 헤지펀드, 초단타매매(HFT) 업체 등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핵심은 단연 트럼프의 계정이다. 2022년 이후 작성된 과거 게시물과 실시간 게시물을 함께 제공하며 일반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알림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넘긴다. TMTG가 SNS 광고를 넘어 금융정보 판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은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가장 빠른 상품의 이용료는 월 10만달러, 장기 계약 고객에게 제시된 가격은 월 6만달러 수준이다. 정보는 결국 모두에게 공개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누가 먼저 받느냐가 곧 돈이다. 트루스 API는 대통령의 글을 사람이 읽는 화면이 아니라 컴퓨터가 곧바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전달한다.

초단타매매 업체의 알고리즘은 ‘관세’, ‘중국’, ‘이란’, ‘금리’, ‘휴전’ 같은 단어를 인식하면 즉시 주식과 채권, 외환, 원자재 주문을 낸다. 일반 투자자가 스마트폰 알림을 확인해 매매를 고민하는 사이 기관의 알고리즘은 이미 거래를 끝낸다. 수십초가 아니라 수천분의 1초 차이로도 거래 가격이 달라지는 시장에서 대통령의 게시물을 먼저 확보하는 것 자체가 투자 기회를 선점하는 셈이다.

트럼프는 이미 SNS 게시물 하나로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인물이다. 관세 부과와 유예, 중국과의 협상, 중동 군사작전 관련 글이 올라올 때마다 뉴욕 증시와 달러, 유가, 비트코인 가격이 즉각 반응했다. 이제는 그 영향력 자체가 유료 상품이 됐다. 트루스 API가 파는 것은 비밀정보가 아니라 결국 모두가 보게 될 공개정보지만 ‘조금 더 먼저’라는 프리미엄만으로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웃도는 가격이 매겨졌다.

■코인·SNS·UFC… 돈 되는 곳엔 트럼프 있다

트루스 API는 시작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사업 지도를 펼쳐 보면 SNS와 가상자산, 금융상품, 스포츠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모두 ‘트럼프’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된다. 가장 큰 수익원은 가상자산이었다.

미국 정부윤리청에 제출된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가상자산 사업으로만 14억달러 이상의 소득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트럼프와 세 아들이 관여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에서 나왔다. 여기에 트럼프 이름을 내건 밈코인과 비트코인 채굴·투자 사업 등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공장이나 기술, 특허보다 ‘트럼프’라는 이름과 지지층,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자산이 된 것이다. 토큰 판매와 지분 거래, 수수료 등을 합하면 트럼프 일가가 백악관 복귀 이후 가상자산 사업에서 최소 23억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밈코인은 기업의 실적이나 배당보다 유명인의 인지도와 투자자의 관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 트럼프의 이름과 정치적 영향력이 코인의 가격을 떠받치는 핵심 재료다.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거래가 늘면 트럼프 일가가 받는 수수료와 보유 지분의 가치도 함께 커진다. SNS와 가상자산은 별개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생태계다. 트럼프의 글은 트루스소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이용자와 언론의 관심은 TMTG의 기업가치를 높인다. 지지층은 트럼프 밈코인과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금융상품을 매수한다. 행정부가 친가상자산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이는 다시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토큰과 지분 가치에 반영된다. 정치적 영향력이 사업을 키우고, 사업은 다시 대통령 브랜드를 강화하는 구조다.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도 같은 흐름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80번째 생일과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한다며 백악관 잔디밭에 경기장을 세우고 UFC 대회를 열었다. 오래전부터 UFC 최고경영자 데이나 화이트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고, 선거 유세에서도 격투기 팬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백악관 UFC는 젊은 남성 지지층을 정치 이벤트로 끌어들이는 무대이자 트럼프 개인의 취향과 인맥, 브랜드를 동시에 부각하는 행사로 꾸려졌다. 여기에 트럼프가 UFC 모회사인 TKO그룹 주식을 보유한 사실까지 재산 신고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공식 행사와 개인 투자,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가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통령직 비즈니스 플랫폼 실험

미국 대통령들이 정치적 명성을 돈으로 바꾼 사례는 많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등은 퇴임 후 회고록을 출간하고 유료 강연에 나섰고, 재단과 미디어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다만 대부분 퇴임 이후였다. 재임 중 쌓은 경험과 명성을 임기를 마친 뒤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트럼프는 순서가 다르다. 재임 중인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행사, 지지층이 가족 기업의 사업과 연계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시장을 움직인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달라진 점은 그 한마디를 남들보다 먼저 전달하는 권리까지 가족 기업이 상품으로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정치와 사업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대통령직이 정치 권력의 정점인 동시에 거대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전례 없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민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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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