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케슘섬 해안에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인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러시아 등 일부 우호국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면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협 통제를 둘러싼 차별적 운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을 선별 개방 체제로 운영하면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젬 잘랄리 주러시아 이란 대사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부 국가에 대해 통행료 예외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우호국에 대한 예외 조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후 이란은 전면 차단 대신 일부 선박에 한해 통항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대신 ‘안보 서비스’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하며 해상 통제권을 수익화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통행료는 화물 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항행 비용을 넘어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반영된 금액이라는 평가다.
최근 이란 의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은 이러한 조치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법안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사전에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통행료는 이란 리알화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제 통화를 자국 화폐로 제한함으로써 금융 제재 회피와 외환 통제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자금 흐름도 공식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하미드 레자 하지 바바이 이란 의회 부의장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처음으로 이란 중앙은행의 정부 계좌에 이체됐다”고 전했다. 해협 통제가 국가 재정 수입원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이번 조치를 선별적 개방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특정 우호국에는 비용 부담을 낮춰 에너지·물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우호국에는 비용과 리스크를 동시에 높여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특히 러시아와 같은 국가에 대한 면제 조치는 서방 제재 체제에 대한 대응 축으로 읽힌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