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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에 월급 절반 쏟는다"… 베트남에 부는 '입시 열풍'

6월 고입·대입전쟁 시작

국공립高 합격률 55~60% ‘치열’

특수외국어반 전략적 선택 부상

“한달 59만원 투자” 사교육 확산

초등생부터 한국어 배우기 열풍

수학·읽기·과학 점수 동남아 2위

정부 “세계 100대 대학 배출 목표”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부 튀 띠엔 통신원】 #. 베트남 하노이시에 거주하는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투이(가명)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하노이 명문고인 추반안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투이는 시험 준비를 위해 지난 1년간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 수업을 들은 뒤 수학·한국어·영어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며 매일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투이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야 대학 입시도 유리하다”며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학원을 적게 다닌 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6월은 ‘입시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다. 섭씨 40도에 달하는 하노이 날씨보다도 뜨겁다.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 때부터 두 번의 큰 입시관문을 치른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진행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이어 6월 중순에는 ‘고등학교 졸업 및 대학 입학 통합시험’이 잇달아 실시된다.

■고입부터 시작되는 입시전쟁… 대입 응시생 ‘역대 최대’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하노이시에서는 12만명 이상이 국공립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합격률은 55~60% 수준에 그친다. 국공립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실패한 수만 명의 학생들은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나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이어 오는 11일부터는 122만명이 응시하는 대입 통합시험이 치러진다. 2015년 현행 통합시험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는 ‘2018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서술형 문항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명문대 보내려면 월급 절반이 사교육비

본지가 만난 11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학부모 짱 씨는 “한 달 사교육비로 900만~1000만동(약 53만~59만원)을 쓴다”며 “수학, 문학(베트남어), 물리, 영어 등을 학원과 과외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엘츠(IELTS) 준비 학원비가 월 300만동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주요 대학들은 아이엘츠 성적을 활용한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대학 입시 영어 과목에서 만점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중산층 이상 가정을 중심으로 영어 사교육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짱 씨는 “입시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교과서 밖 내용을 묻는 문제도 많아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아이가 목표로 하는 백과대학(하노이 소재 이공계 명문대)에 진학하려면 성적을 더 끌어올려야 해 학원을 추가로 보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외벌이 가정인 짱 씨는 가계 소득의 절반가량을 자녀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학원이 밀집한 꺼우저이구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입시를 준비하기도 한다”며 “명문고와 명문대가 결국 취업과 미래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고 전했다.

■한국어반 블루오션… 초등생부터 준비

고등학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시 전략을 둘러싼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노이암스테르담고등학교, 추반안고등학교, 응우옌후에고등학교, 하노이사범대 부설 영재고, 자연과학대 부설 영재고 등의 일부 학급은 경쟁률이 20대 1을 넘었다.

특히 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 등 특수외국어반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일반 학급에 비해 경쟁률과 합격선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차별화된 진학 전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노이 소재 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뒤 고입 한국어반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인 팜 씨는 “하노이에서 한국어 특기반이 운영되는 학교는 추반안고등학교와 국립외대 부속외국어고등학교 두 곳”이라며 “정원은 각각 35명이지만 지원자는 올해 104명과 228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팜 씨는 “최근에는 자녀가 수학·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을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한국어에 집중해 한국어반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며 “수강생 수가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어 지원자를 모두 수용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OECD “교육예산 대비 최고의 성과”

하노이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항씨는 “베트남은 한국과 중국처럼 과거 시험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어 모든 가정이 자녀 교육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열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나타난다.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베트남은 수학·읽기·과학 평균 점수 기준 81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는 베트남을 제한된 교육 예산에도 높은 학업 성취를 달성한 대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하노이암스테르담고등학교와 추반안고등학교 학생들은 해외 유학 경험 없이 미국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교육 경쟁력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은 2030년까지 최소 8개 대학을 아시아 200대 대학에 진입시키고,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100대 대학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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