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나홀로 구두 경고’ 뿐
개선안 발표 시기조차 특정 못해
與 “이대로면 연내 처리 불투명”
금융지주그룹의 회장 연임 등 인사 관행을 막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무더기 교체(5대 금융지주 계열사 54명)를 앞두고 ‘나홀로 구두경고’에 나섰으나 지배구조 개선안은 발표 시기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깜깜이 상태다. 여권에서는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최근 동력이 약화된 상태다. 민간 금융사 CEO 3연임 금지법의 위헌 가능성, 청와대 정책실장 장기 공석 사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국정감사가 맞물리면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당정 간 최종안도, 정부안 초안도 모두 깜깜 무소식이다.
당초 지난 3월 발표가 목표였으나 수차례 연기됐고, 9월 중 관련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 있었으나 정책실장 공석 사태 등으로 발표가 불투명해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찬진 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상대로 연이어 CEO인선과 관련 구두 경고에 나선 것은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은 CEO 3연임 금지, 이사회 독립성 강화, 투명한 CEO 선임·승계 절차 구축, 성과보수 체계 개편 등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여권 내에서도 민간 금융사 회장의 3연임을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가지고 와서 설명한지 수개월이 지난 상황이나 여당 내에도 금융지주사 회장의 3연임 금지를 강제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연내 처리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안소위의 심사 안건에 올리지도 못한 상황이다.
NH농협을 제외한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평균 외국인 주주 비율은 65%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1위인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6월 사상 첫 80%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 약 79%다. 정부가 과거와 달리 민간 금융사 인사에 일일이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청와대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최근 만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달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준비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번 개편 논의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사들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뒤 오히려 소수 인사가 영향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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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효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