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총수들이 가상의 단체대화방에서 한 투자자의 질문을 받자 줄줄이 퇴장하는 걸 담은 이미지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이낸셜뉴스] ‘옛날 옛적에’라는 말로 시작될 것만 같은 짧은 동화의 제목은 ‘하이닉스 전래동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이야기는 “하이닉스가 298만7000원을 찍었던 날이 있었단다”로 시작한다.
최근 코스피 급락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걸 동화에 담아내며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동화만 있는 게 아니다. 가상의 단체대화방 속 대화 내용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단체방 안에 있던 사람은 최태원 형, 이재용 형, 정의선 형이다.
시장에선 급락장에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데서 안도감을 느끼는 ‘조모'(JOMO·놓치는 즐거움)가 확산하더니 손실을 웃음으로 버티려는 자조적 콘텐츠까지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옛날에는 살 수 있었단다”…고점이 된 전래동화
SNS에 지난달 28일 ‘하이닉스 전래동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사진=X 캡처
지난달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이닉스 전래동화’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 형식으로 SK하이닉스의 급등락에 반응하는 투자자들을 풍자했다.
동화는 “하이닉스가 298만7000원을 찍었던 날이 있었다. 하이닉스가 점점 오를수록 많은 사람이 ‘내가 옛날에 살 때 사두는 건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중얼거렸다”고 운을 뗀다.
이어 “신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모든 하이닉스의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돌려줬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주가가 오를 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던 ‘포모'(FOMO)의 감정을 말하다가 실제 급락장이 닥치면 공포에 휩싸이는 투자자의 모순된 심리를 전래동화 형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게시물은 공개 사흘 만에 조회 수 100만회를 넘어섰고 수만건의 공감과 공유를 얻었다. 같은 내용은 다른 플랫폼으로도 퍼지며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댓글에는 “과거 가격으로 돌아가도 무서워서 못 산다”, “신이 기회를 줬는데 또 바닥을 기다리게 된다”거나 “이런 농담에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사람 많을 듯”, “사랑 이야기보다 슬프다”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냥 조정인가요?”…총수들 나가는 가상 단톡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총수들의 단체대화방으로 표현한 패러디도 등장했다.
가상의 대화방에서 한 투자자가 “형님들, 지금 그냥 조정인가요?”라고 묻자 삼성과 SK, 현대차 총수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설정된 계정들이 1분 간격으로 잇달아 대화방을 나간다. 질문에 답하는 대신 기업 총수들마저 자리를 피한다는 설정으로 대형주 급락에 당황한 투자자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패러디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최근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이 있다. 코스피는 최근 9000선대에서 6000선대까지 급전직하하며 ‘잔인한 7월’을 보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기술주 시장에 상장한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추격에 나서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균열을 냈고, 외국인의 기록적인 순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절반 이상 차지하면서 코스피 변동성이 극심한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포모에서 조모, 이제는 ‘웃픈 생존법’
온라인에서 확산하는 패러디는 단순한 유머라기보다 급등락장을 견디는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상승장에 “나만 수익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포모로 투자에 나섰다가 급락장이 반복되면서 손실을 본 이들이 ‘고점은 동화가 됐다’, ‘총수들도 대화방을 나갔다’는 내용의 패러디로 불안과 체념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패러디 속 웃음은 마냥 가볍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처럼 여겨졌던 가격이 급락 뒤에는 선뜻 매수하기 어려운 공포의 가격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심리는 지난달 31일 코스피 시장에도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 사흘간 이어진 폭락을 딛고 장 초반부터 10% 이상 급반등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됐다. 그리고 17.91% 오른 6595.45에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10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앞으로 국장은 거들떠도 안 볼 것”, “다시 서학개미가 되겠다” 등의 글이 주를 이뤘다.
반대로 외국인이 8조60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역대 최대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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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