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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수요 급증에 전력 수급 불안↑
중동發 에너지 비용 상승도 부담
국내 제조업 주요 생산거점 포진
정전 땐 정밀 생산라인 타격 심각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국내 제조업체 해외생산 거점의 핵심인 베트남과 인도에서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산업생산 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 나라 모두 전력 소비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과 엘니뇨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전력망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기아 등 두 나라에서 현지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들은 아직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전력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0도 폭염에 전력 사용량 역대 최대…베트남 북부 ‘긴장’
31일 베트남 기상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일일 전력 소비량은 지난 23일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해 역대 최대인 11억7100만kWh를 기록했다.
전국 순간 최대 전력 수요도 5만7120MW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생산시설이 밀집한 북부 지역의 전력 수요는 2만9300MW에 달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노이 일부 지역에서는 간헐적인 정전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하노이 전력 당국은 전력망 안정을 위해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여름이 본격화되는 7월 이후다. 기상당국은 올해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가뭄이 심화될 경우 발전량 감소라는 추가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인도 전력 수요 270GW 돌파…현대차 생산거점서도 정전
인도 역시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최대 전력 수요는 270.82GW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일부 수요를 충당하지만 해가 진 뒤에도 냉방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력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전력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전력 소모가 엄청난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소비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현재 약 2.6GW 수준인 인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향후 10년 내 33GW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첸나이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 뉴델리와 인근 지역에서도 전력 공급 불안에 대한 민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도 전력당국은 발전 설비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력 수급 불안은 베트남과 인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태국은 폭염과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력 관리 대책을 검토 중이며, 필리핀 역시 발전소 가동 차질과 폭염이 겹치며 전력망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인도에 생산기지 둔 K공급망도 긴장
국내 산업계는 이번 전력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기지와 LG전자·LG디스플레이 협력망이 집중돼 있고, 인도 첸나이는 현대차·기아의 핵심 생산거점이다. 태국과 필리핀에도 각각 LG전자와 삼성전기가 진출해 있다.
제조업 특성상 정밀 생산라인은 짧은 시간의 전력 중단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생산 차질은 물론이고 생산라인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비상 발전 설비를 점검하고 자체 전력 확보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산업단지 전력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전력 수급 상황은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