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허수아비’ 종영
사회적 메시지·재미 모두 잡아
박준우 감독·이지현 작가 콤비
‘모범택시’ 이어 또 흥행 성공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왼쪽)과 이지현 작가.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ENA 드라마 ‘허수아비’의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가 드라마 업계의 새로운 흥행 콤비로 주목받고 있다. ‘모범택시’에 이어 다시 뭉친 두 사람은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잡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ENA 역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마무리된 이 작품은 소재의 무거움 탓에 편성 단계에서 수차례 거절을 당했던 터라 그 성과가 더욱 특별하다.
‘TV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허수아비’는 지난 2019년 진범이 특정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공권력의 횡포와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 진범 검거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제도적 폭력의 잔흔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억울하게 20년을 복역한 윤성여씨 사건과 경찰의 시신 은폐로 오랫동안 실종 상태로 남겨진 고(故) 김현정 양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며 강압수사와 수사 오판, 공소시효의 맹점을 재조명했다.
박 감독은 “피해자들이 연쇄살인범뿐 아니라 공권력으로부터 이중의 폭력을 당했다”며 “국가의 잘못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없었기에 잘못된 수사에 대한 반성문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편성을 수차례 거절당하면서도 ‘사이다 결말’로 바꾸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실제 사건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온전히 구제받지 못했다”며 “불편하더라도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양 사건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부모님은 아이가 숨진 줄도 모른 채 평생을 찾아다니다 돌아가셨다”며 “최근 김양 오빠를 만났는데, 아직은 드라마를 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며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드라마 제목은 당시 사건 현장 인근 논에 있던 허수아비에서 착안했다. 범인이 잡히지 않자 형사들과 주민들이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는 문구를 적어 세운 것이다.
이 작가는 “허수아비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존재”라며 “부실 수사를 한 경찰, 책임을 회피한 공권력, 인간의 모습을 하고도 인간답지 못한 선택을 한 인물들 모두가 허수아비”라고 설명했다. 범인 역시 사람인 척 살아가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존재라는 점에서 허수아비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이 작가는 “태주가 처음부터 무결한 인물이었다면 의미가 없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 중요했다”며 “그 시대의 태주처럼 더 이상 허수아비로 남지 않고 옳은 선택을 하는 이가 현실에서도 나타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이미 1990년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허수아비2’를 기획 중이다.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