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할인지원 예산 4535억원 달해
현금성 재정 편중·중장기책 외면
기후위기 농산물 수급불안 일상화
“근본적 인프라 개선” 지적 나와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올해 농축산물 할인지원에만 사상 최대인 4535억원을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매년 국가 재정을 할인지원과 할당관세에 수천억원 쓰면서도 정작 수급 조절의 핵심인 ‘정부 농산물 비축기지’ 신축은 재정 여건을 이유로 추진을 미루고 있다. 기후위기·식량안보 상황에서 농산물 물가를 두고 중장기책은 외면한 채 단기 처방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은 모두 4535억원이다.
할인지원 예산은 지난해 8월 본예산 단계에선 1080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 추가경정예산 500억원이 추가됐다. 이후 6월 ‘민생물가 안정 및 서민부담 경감방안’에 따라 3000억원과 운영비 등이 더해졌다. 대형마트·대형온라인몰을 통한 할인지원이 1905억원으로 전체의 42%에 이른다. 중소형 유통채널은 58%(2630억원)이다.
할인지원 사업은 국산 신선 농축산물 구매시 정부가 할인을 지원해 소비들의 물가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다. 농식품부가 지정한 품목에 대해 유통사가 20~30% 할인하면 정부가 나랏돈으로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유통경로별로 △이마트, 네이버 등 ‘대형’ 채널 △전통시장, 중소마트, 로컬푸드 직매장 등 ‘중소형’ 채널로 나뉜다.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선 자동할인되고, 온라인에선 할인쿠폰을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할인지원 사업은 폭증했다. 기후·공급망 위기 속에서 농산물 가격이 오른 데다 가격변동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할인지원 규모는 집행 기준 △2020년 372억원(대형 채널 70.2%) △2021년 1489억원(66.3%) △2022년 1066억원(56.9%) △2023년 1284억원(60.3%) △2024년 1639억원(53.4%) △2025년 2229억원(47.9%) 등이다. 올해는 2020년 대비 약 12배로 불어났다. 처음으로 모든 농축산물 품목을 할인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기후변화 대응 현장 포럼’을 열고 권역별 3개소 정부비축기지 신축 계획을 내놨지만 1년 넘게 기획예산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추진을 미룬 셈이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비축기지는 국산·해외 농산물을 각각 수매·수입해 보관하다 공급 부족시 방출해 가격을 조절하는 ‘물가 안전판’ 역할을 한다. 현재 공공비축기지 총 14개소 가운데 8개소가 준공 30~5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그럼에도 1개소당 평균 공사비가 약 188억원에 불과한 비축기지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다.
임 의원은 “기후위기 농산물 수급 불안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기적인 현금성 할인지원에 재정을 쏟기보다 근본적인 생산·비축 인프라 개선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안기금 재정 여건 및 민간 저장시설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예타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중동발 고물가로 할인지원을 늘렸다. 할인지원은 농가인 생산자 소득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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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