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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군단에게 포기란 없다"… 사직벌에 부는 기적의 바람

롯데, 두산 11대 4로 꺾고 5연승

김진욱 역투·고승민 만루포 활약

333일만에 리그 6위로 올라서

가을야구 확률 3.7%로 ‘급상승’

2017년 ’89치올’ 기적 재연 주목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의 승리 후 하이파이브 뉴스1

야구에서 1%의 확률은 종종 ‘기적’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한 극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불과 열흘 전만 하더라도 사직벌에는 가을의 찬 바람이 일찍 불어오는 듯했다.

지난 12일 기준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단 1%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미약했던 1%의 불씨가 어느새 활활 타오르며 거인 군단의 늦여름 행보를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

롯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파죽의 5연승이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을 쓸어 담은 롯데는 지난 21일,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에 자리한 두산 베어스마저 11 대 4로 완파하며 매서운 상승 기류를 탔다. 이 과정에서 22일 우천 취소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 경쟁팀 NC 다이노스가 패배하며 롯데는 무려 333일 만에 리그 6위로 도약하는 감격을 누렸다.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던 가을야구 확률도 단숨에 3.7%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의 중심에는 투타의 완벽한 앙상블이 자리하고 있다.

김진욱 연합뉴스

특히 마운드에서는 한 단계 성숙해진 김진욱의 역투가 돋보인다. 김진욱은 21일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의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6승째를 수확했다. 과거의 불안했던 제구를 완벽히 극복하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상대 타선을 윽박지르는 에이스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타선의 응집력은 더욱 무섭다.

고승민 롯데 자이언츠 제공

21일 경기에서 쐐기 만루 홈런을 포함해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6타점을 쓸어 담은 고승민은 롯데 타선의 폭발력을 배가시키는 기폭제다. 여기에 ‘타격 기계’ 빅터 레이예스가 꾸준히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긴 침묵을 깨고 4출루 경기를 완성한 한동희의 부활 조짐도 반갑다. 무엇보다 안방마님 손성빈이 든든한 주전 포수로 완벽히 안착하면서 센터라인 수비의 뼈대가 확고히 잡혔다. 신구의 완벽한 조화가 롯데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인 셈이다.

물론 냉정하게 현실의 지표를 짚어보면, 롯데가 가을야구 티켓을 거머쥘 확률은 여전히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잔여 경기가 30여 경기 남은 시점에서 5위 두산과의 격차는 여전히 7경기 안팎으로 크게 벌어져 있다. 5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서 한 번의 연패는 곧 시즌 종료를 의미할 만큼 매 경기가 벼랑 끝 승부다.

롯데 팬들과 선수단의 뇌리에는 선명하게 각인된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2017년의 기적, 이른바 ’89치올(8~9월 치고 올라간다)’이다. 당시 롯데는 7월까지 7위에 머물며 가을야구와 멀어지는 듯했지만, 8월과 9월 두 달 동안 무려 32승 14패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하며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9년 전 기적의 중심에 섰던 전준우 등 베테랑들이 여전히 팀의 중심을 잡고 있는 현재 롯데의 공기는 2017년 늦여름의 그 뜨거웠던 분위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이제 진짜 시험대가 열린다. 롯데는 5위 두산과의 남은 승부를 마친 뒤, 곧바로 선두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3위 KIA 타이거즈와 운명의 3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 6연전의 결과가 올 시즌 롯데의 최종 운명을 결정지을 진정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만 허락된다. 무려 333일 만에 6위라는 새로운 고지를 밟은 롯데 자이언츠. 1%의 미약했던 희망을 쥐고 다시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한 거인 군단이 2017년의 뜨거웠던 가을을 사직벌에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남은 시즌 프로야구판의 모든 시선이 부산을 향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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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