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stories

  •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마음… 뭉크의 겨울 회화

    겨울의 풍경은 빛보다 그림자가 먼저 다가오는 순간으로 채워진다. 낮은 온도와 길어진 어둠이 공기 속에 스며들면, 풍경의 감정은 조용히 흔들린다. 에드바르트 뭉크가 1900년 무렵 그린 ‘겨울의 밤(Winter Night)’은 바로 그런 계절의 결을 고요한 화면에 담아낸 작품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겨울 풍경이지만, 화면 가득한 청색과 회색의 층위, 굳게 선 나무와 빛을 잃은 하늘은 고독과 침잠의 기류를 드러내며 […] 더 보기

  • 인간의 내면을 기록한 연가곡, 슈베르트가 남긴 긴 여정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음악의 고독이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순간이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1827년에 완성한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Winterreise D.911)’는 바로 그 고요한 계절감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이별 서정을 넘어 한 인간이 추위 속에서 마주하는 내면의 움직임을 24곡이라는 긴 여정 속에 담아냈다. 이 작품이 해마다 같은 계절에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청중 각자가 삶의 어느 지점을 […] 더 보기

  • 영양과 풍미 사이, 겨울 낙지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낙지는 계절을 타지 않는 해산물처럼 보이지만, 겨울이 되면 맛의 결이 은근히 달라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고 조직의 탄력이 또렷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된 사실이라기보다 오랜 조리 경험 속에서 형성된 인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겨울 낙지를 한입 베어 물면 특유의 단단한 식감과 감칠맛이 뚜렷하게 살아나는 순간이 있다. 낙지가 기력 회복의 […] 더 보기

  • [詩가 머무는 화요일] 두꺼운 말씀- 은행잎 쌓인 길

      두꺼운 말씀 – 은행잎 쌓인 길 강옥매   평생 통증을 읽으신 어머니 은행나무 베틀로 짧은 하루를 짜내곤 했다 왔다갔다 북처럼 씨줄 날줄로 길을 메운다   내려오던 글자들이 휘청거리면서도 옆길로 새지 않고 길 위에 촘촘하게 쓰인다.    입고 가신 누런 수의는 당신이 쓰신 한 권의 책,  구부정하게 걸어왔던 길한테 두꺼운 말씀을 수북이 남기고 있다    […] 더 보기

  • 같이 운동해도 겨울엔 덜 느껴지는 이유… 체감과 실제는 전혀 다르다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묘한 감각을 경험한다. 분명 헬스장에서 땀도 흘렸고 운동 기록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오늘 운동, 제대로 한 게 맞나?” 하는 공백감이 찾아오는 것이다. 여름에는 단 20분만 운동해도 근육이 즉각 반응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겨울이 되면 왜 이렇게 ‘몸이 조용한’ 걸까. 놀랍게도 이 현상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계절이 만든 생리적 착시에 […] 더 보기

  • 형태가 사라지는 순간, 빛으로 기록한 터너의 근대

    초겨울의 공기는 빛의 결이 가장 얇아지는 순간을 품고 있다. 사물의 윤곽은 흐려지고, 멀리서 밀려오는 안개는 풍경 전체를 하나의 막으로 감싼다. J. M. W. 터너의 1844년 작품 ‘비, 증기, 그리고 속도 – 대서부 철도(Rain, Steam and Speed – The Great Western Railway)’는 바로 이런 계절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비와 증기, 그리고 기계의 속도가 섞여 만든 ‘흐림’의 […] 더 보기

  • 익숙한 ‘달빛’ 너머, 드뷔시가 남긴 또 다른 밤의 얼굴

    클로드 드뷔시는 음악을 통해 장면을 만드는 작곡가였다. 그의 작품은 서사보다 분위기가 먼저 다가오고, 구조보다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주곡 2권 7번째 곡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는 이 미학이 가장 섬세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목부터 영상적이지만, 드뷔시는 구체적 묘사를 피한 채 낯선 공간의 기류와 빛의 흔들림을 소리로 번역한다. 이 곡은 […] 더 보기

  • 차가운 계절에 더 깊어지는 맛, 고등어가 지닌 풍미와 영양

    바닷바람이 차갑게 내려앉는 계절이면 유독 떠오르는 생선이 있다. 산울림의 노래가 남긴 소박한 풍경에서부터 장기하의 노래가 전하는 일상의 위로까지, 고등어는 오래도록 한국인의 감정과 생활을 함께해 온 특별한 존재다. 지극히 흔하지만, 막상 제철 풍미를 다시 만나면 그 가치가 더 선명해지는 생선이기도 하다. 고등어는 대체로 가을부터 겨울 사이 살이 오르며 풍미가 깊어진다. 이때 지방 함량이 높아지지만, 대부분이 건강에 […] 더 보기

  • [詩가 머무는 화요일] 신문의 결근 사유서

      신문의 결근 사유서  강옥매 내 눈과 마주치지 않았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촛불에 가슴이 데여 오늘은 방문하지 않습니다 또한 당신의 하루가 뻑뻑하고 시리다는 것을  치료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울에 걸린 당신 위장을 오늘은 휴식이라는 소화제로 치료해 보세요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궁시렁거리지 마세요 아드레날린이 오는 길을 가만히 터주세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 끝까지 두문불출입니다 하루쯤 나 같은 […] 더 보기

  • 추울수록 더 붓는 이유, 겨울 다이어트는 염분 조절이 핵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부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진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말초 혈관이 수축하고 순환이 느려지는 탓에, 평소보다 붓기가 더 쉽게 드러난다. 여기에 짠 음식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뚜렷해진다. 나트륨이 체액 균형을 흔들어 몸이 스스로 물을 붙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체중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단기간 체중 증가의 상당 부분이 지방이 아니라 […] 더 보기

  • 하늘은 낮인데 거리는 밤, 마그리트가 뒤틀어 놓은 세계의 질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을 바라보면 두 개의 시간이 동시에 흐른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밝고 잔잔한 하늘이 펼쳐지지만 그 아래에는 가로등이 켜진 깊은 밤의 거리 풍경이 놓여 있다. 낮과 밤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 기묘한 조합은 초현실주의 회화 중에서도 가장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다. 말이 되지 않는데도 묘하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빛의 제국〉은 마그리트가 […] 더 보기

  • 전설과 현실 사이, 모차르트 레퀴엠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

    모차르트의 레퀴엠(K.626)을 듣는다는 것은 한 작곡가의 마지막 숨결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미완으로 남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악보를 붙잡았던 그의 급박한 손놀림, 그리고 남겨진 빈 여백을 둘러싼 수많은 진실과 오해가 음악에 독특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격정과 침잠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생의 끝에서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그 깊은 어둠과 빛을 동시에 품고 있다.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