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벼랑끝 7만명의 경고
지자체마다 인력·지원 등 편차
정치적 이슈로 소모… 해소 안돼
경찰처럼 ‘온전한 국가직’ 절실
【파이낸셜뉴스 수원·서울=장충식 박성현기자】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소방 예산 발언 논란과 안타까운 현장 순직 사고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근본적인 근무 환경 및 체제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본조를 둔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의 정용우 위원장(사진)은 26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번 논란을 소모적 논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소방 조직이 안고 있는 지휘·재정 구조와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2020년 신분 전환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이중 지휘·재정 체제’다. 소방관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예산의 90% 가까이를 지자체에 의존하고 지휘권도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지금의 소방은 정부와 지자체 양쪽의 지휘를 받는, 한마디로 ‘시어머니가 둘’인 기형적인 구조”라며 “6년이 지났지만 이름만 국가직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장비 보급과 소방 서비스의 지역별 편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한 국가직으로 운영되는 경찰 조직을 비교 대상으로 꼽으며 “경찰처럼 중앙정부가 예산과 권한, 지휘 체계를 통일되게 책임지는 ‘온전한 국가직’으로 가야만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어디서나 국민이 균등한 고품질 안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정 위원장은 “전국 소방 인력은 약 7만명 수준으로, 경찰 조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장 대원의 안전 확보와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서는 최소 ’10만 소방 인력’ 수준까지는 조속히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같은 고충이 나온다. 소방관들은 부족한 인력 탓에 휴가나 교육을 포기하게 되고, 출동이 끝난 뒤에도 현장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인천에서 활동 중인 3년 차 A 소방사(25)는 2024년 ‘강화도 산불’ 진압을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꼽았다. 그는 “출동 대원 수가 충분하지 않아 이미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도 산을 오르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 지원은 물과 빵 하나 뿐이었다”고 밝혔다.
2006년 임용된 경남 양산의 이모 소방경(48)은 “통상 펌프차에 5명은 필요하지만 경남에선 3명만 타는 곳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료마저 위험해지면 누가 나를 구해줄지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짧게라도 휴가나 교육으로 빠지면 동료가 대신 근무를 서야 하니 미안해서 못 간다”며 “결국 피로가 쌓여 현장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각종 민원도 소방관들을 지치게 했다. 2009년 입직한 서울의 김모 소방위(45)는 “긴급 환자 이송 시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어렵다고 해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동안에도 ‘일 처리가 왜 이렇게 늦냐’는 보호자의 거센 항의를 받는다”고 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은 지난 20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반복되는 소방공무원 순직 사고의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각 지자체의 안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비 지원 확대 및 온전한 국가직 체계 구축에 경기도가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소방관들은 시민의 감사 인사를 현장을 지키는 원동력으로 꼽았다. 지난 4월 소방관으로서 첫발을 뗀 서울의 김모 소방사(27)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시민의 인정·격려가 가장 큰 힘”이라고 밝혔다. 15년 차 베테랑인 대구의 이모 소방위(42)도 “지하 노래방 화재를 진압하고 나오자 한 어르신이 떡을 손에 쥐어주며 ‘고맙다’고 말해준 기억이 오래 남는다”며 “겁은 나지만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버틴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순직 사고 때마다 관심이 쏠리지만 이내 식어버리고, 동료의 희생이 정치적 이슈로만 소모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유가족에 대한 깊은 위로와 함께 국민의 지속적인 따뜻한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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