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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도 기증하라" 유언 남긴 ‘의령 봉사왕’ 할머니, 3년 만에 영면 [따뜻했슈]

5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다 별세 후 시신을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에 기증한 ‘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생전 모습 /사진=경남 의령군 제공, 뉴스1

[파이낸셜뉴스] 50년 넘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의령 봉사왕’으로 불린 고(故) 공도연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의학교육과 연구를 위해 자신의 시신을 내어주고서야 마지막 봉사를 마쳤다.

1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공 할머니와 남편 고(故) 박효진씨는 지난 14일 경남 진주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 부부의 유골은 같은 날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으며, 앞으로 30년간 이곳에 모셔진다.

공 할머니는 지난 2023년 9월 13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고인의 시신을 기증했다.

앞서 2022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박씨 역시 생전 같은 뜻을 밝혀 이 대학에 몸을 기증했고, 부부의 시신은 지난달 말까지 의대생 해부학 실습과 교수진의 연구 등에 활용됐다.

강윤식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장은 “시신 기증은 의학교육과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되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고인의 뜻은 의료인을 길러내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5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의령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 할머니는 17살 어린 나이에 천막집으로 시집와 끼니도 잇기 힘든 형편 속에서 남의 집 밭일을 거들고 봇짐을 지고 다니며 장사를 했다. 밤을 새워 뜨개질을 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가난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는 형편이 조금 나아진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시작했다.

30대부터 새마을부녀회장으로 활동한 공 할머니는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 개량을 도왔고, 1985년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한 주민들을 위해 대지 225㎡를 사들여 의령군에 기탁했다. 이곳에는 송산보건진료소가 들어섰다.

주민들은 할머니의 선행에 고마움을 전하고자 1976년 당시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공 할머니는 장학금과 이웃돕기 성금을 꾸준히 냈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장사로 번 돈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꾸준한 선행으로 60여차례 표창을 받은 공 할머니는 2020년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

공 할머니가 오랜 세월 봉사의 순간들을 적어 내려간 ‘봉사일기’에는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공 할머니의 장녀 박은숙씨는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며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그런 엄마를 오래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고인의 한결같은 이웃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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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