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감시·계정도용 등 수법 다양화
기존 실태조사 세부 유형 포착 한계
내년 첫 통합실태조사 설계가 관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성평등가족부 현판이 걸려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스토킹·교제폭력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 신고가 해마다 10만건을 웃도는 가운데 범행 수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감시와 위치추적, 계정 도용 등 온라인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실태조사 문항을 확대하고 있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폭력 유형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면서 실제 범죄 양상과 국가 통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처음 실시되는 통합실태조사가 기존 통계의 사각지대를 얼마나 메울지가 관건이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토킹·교제폭력 관련 112 신고는 11만1014건으로 하루 평균 457건에 달했다.
신고가 이어지는 사이 범행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피해자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SNS 활동을 감시하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에서 평판을 훼손하거나 지인을 통해 괴롭히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기존에 관계를 맺었던 만큼 일상과 인간관계, 온라인 활동에서 얻은 정보가 범행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현행 실태조사가 이 같은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서 위치추적과 온라인 활동 감시 등 디지털 폭력 관련 문항을 확대했지만, 온라인 평판 훼손이나 지인을 통한 괴롭힘 등은 세부 항목에서 제외됐다.
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형까지 세분화하면 응답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문항을 좁혔다”며 “새롭게 나타나는 유형을 문항에 계속 추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법률혼·사실혼을 중심으로 설계돼 비동거 연인이나 전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 교제폭력은 포함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도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내년 가정폭력·성폭력 등 기존 조사를 하나로 묶은 첫 통합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과 올해 조사 항목을 준비하고 있다”며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을 포괄해 어떤 항목을 넣을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통합조사에서는 혼인이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응답할 수 있도록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비동거 연인 관계의 피해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평판 훼손 등 새롭게 등장한 폭력 유형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사전조사를 거쳐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가 향후 통합 관계성 범죄 통계의 기준이 되는 첫 조사인 만큼 초기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 건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피해 유형과 수법을 얼마나 담아내느냐에 따라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도도 달라질 수 있다.
홍 부연구위원은 “통합조사는 기존 조사보다 표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세부적인 폭력 유형의 빈도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조사보다 온라인 폭력 관련 문항도 재설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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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