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방학점 풍경. /사진=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반값 세일이라는 뉴스 보고 왔는데 살 게 없네요.”
사람은 북적였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텅 빈 매대 사이로 굴러가는 카트에는 담겨있는 물건도, 담을 만한 물건도 거의 없었다. 혹시나 해서 매장 직원에게 재입고 여부를 묻자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카트를 밀며 매장 안을 둘러보던 한 부부는 “이거 완전히 좀비영화 한 장면 같다”며 수군거렸다.
임시휴업 공식 발표 전 마지막 주말이던 지난 11일 방문한 홈플러스 방학점의 풍경이다.
홈플러스는 13일 오전 “운영자금 고갈과 시설 유지, 관리 어려움으로 대형마트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기습이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실상의 폐업을 공식화했다. 임시휴업 일정도 이날 발표와 함께 즉시 시행됐다.
이유는 명확했다. 상품 대금 지급은 물론 유틸리티 비용 등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
홈플러스 방학점 풍경. /사진=김희선 기자
이미 홈플러스의 폐업은 예고돼 있었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대형마트 점포 수를 126개에서 67개로 줄이고 슈퍼마켓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으나, 회생계획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매장 영업을 중단한 이후 늦어도 16일에는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주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홈플러스 매장 상황을 공유하는 글들이 빠르게 확산했다. “홈플러스가 반값에 폐업 세일 중”, “계산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50% 할인된 가격에 아보카도 오일 4병 구매했다” 등의 ‘인증’이 올라오면서 실제로 많은 이들이 홈플러스를 방문했다.
홈플러스 방학점도 다르지 않았다. 세일 혜택을 기대한 차량들로 주차공간이 부족해 20분가량 대기할 만큼 인파로 붐볐고 지하 1층 계산대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영업’이라고 붙어있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지금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홈플러스 방학점 풍경. /사진=김희선 기자
20여년 넘게 해당 마트에 다녔다는 인근 주민은 “내일(12일)까지만 장사한다는 말에 다들 온 것 같다. 아침엔 사람이 더 많았다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물건도 그때 다 빠진 것 같다”라며 “다 빠지고 살 게 없더라. 그래도 이왕 왔는데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라며 카트에 담은 티백 상자 두 개를 가리켰다.
그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라며 “이런 큰 마트가 망하는 걸 보고 있자니 나라가 갑자기 어떻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와 함께 홈플러스를 찾은 이모씨(27) 역시 “평소 장을 보러 자주 오던 마트였는데, ‘오늘은 세일’이라는 말에 온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라며 “(이렇게 와서 보니) 진짜 홈플러스가 망하는 구나 싶기도 하다”라고 했다.
지난 5월 10일부로 임시휴업 상태인 홈플러스 중계점도 사람이 몰리기는 마차가지였다. 중계점은 현재 지하 1층 매장에 단기로 들어온 임대매장만 영업 중이다. 하지만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고별세일’이라는 현수막이 달려있고, 게시판에는 ‘임시휴업 안내’와 ‘임대매장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있어 고객들이 마트 폐점세일로 오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하 1층 임대매장 한 구석에는 ‘마트 상품 잔여 물량 국내 최저가 판매’라는 현수막과 함께 휴지, 종이컵 등의 일부 품목이 진열돼 있다. 중계점을 찾은 한 고객은 “홈플러스가 반값 폐업 세일을 한다는 소리에 차로 20분 거리 지역에서 일부러 왔는데, 와 보니까 매장 상품이 아니라서 헛걸음한 기분”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측이 13일 임시휴업을 기습 발표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휴업 사실을 모른 채 매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도 출근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돼 당혹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한편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상황과 법원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고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중계점 풍경. /사진=김희선 기자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