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3일 마약 투약 혐의 3차 조사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 출석한 배우 故 이선균. 이날 조사는 19시간 동안 이어졌고, 사흘 뒤 그는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변영주 감독이 영화 ‘화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고(故) 이선균과의 일화를 공개하며 그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24일 유튜브 채널 ‘씨네드라이브’에는 변 감독과 방은진 감독이 출연해 이선균을 회상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변 감독은 2012년 자신이 연출한 ‘화차’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용산에서 중요한 마지막 촬영이 있었다. 그때 시간, 예산 문제 때문에 배우들이 여러 동선에서 타이트하게 촬영을 진행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선균이가 날 보더니 ’15분만 줘요’ 이러더라. ‘감정은 달라질 수 있는데 동선을 맞추겠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용산 촬영이 끝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선균이에게 전화가 와서는 ‘치사하게 가냐. 돌아와라’고 그랬다”며 횟집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일화를 떠올렸다.
변 감독은 “선균이는 내 편인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해준 배우였다. 그런 배우가 많지 않다”며 “선균이를 잃은 건 한국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있어선 동지를 잃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화차’ 원작자인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와의 인연도 전했다.
변 감독은 “원작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가 한국 영화 ‘화차’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건 이선균의 ‘화차’이기도 하다”며 “이선균과 또 같이 해달라고 그의 또 다른 소설인 ‘이유’ 시나리오도 주려고 했는데 그때 이선균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날 출판사 대표가 미야베 미유키를 대신해 선균이 묘에 인사를 하러 가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며 “이선균은 없지만 ‘이유’를 다시 주겠다며 영화로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이유’라는 소설의 이용권이 생긴 건데 이 모든 건 ‘화차’를 함께 했던 친구들 덕에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 감독은 이선균을 떠나보낸 데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그는 “검찰, 경찰이 아직도 용서가 안 된다. 아마 평생 용서를 못 하고 살 것”이라고 토로했고, 방 감독 역시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99년 데뷔한 이선균은 드라마 ‘하얀 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등으로 이름을 알린 뒤 영화 ‘화차’, ‘끝까지 간다’ 등을 흥행시켰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거머쥐면서 글로벌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선균은 2023년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내사 단계부터 그의 실명이 언론에 보도됐고, 세 차례에 걸쳐 공개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무리한 강압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같은 해 12월 23일 진행된 3차 조사는 19시간 동안 이어지며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이선균은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 모두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마약인 줄 몰랐다”며 사망 하루 전까지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추가 조사를 요청하는 등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3차 조사를 받은 지 사흘 뒤인 12월 27일, 이선균은 서울 성북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으로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23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씨네드라이브’에서는 변영주 감독이 배우 고(故) 이선균과의 일화를 전했다. /사진=뉴시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