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임신한 동료가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해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을 두고, 업무 부담을 홀로 떠안던 직장인이 결국 폭언을 쏟아낸 사연이 공개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임신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동료에게 그럴 거면 퇴사하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제가 괴물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중소기업에서 단둘이서만 한 팀인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며 “원래도 업무량이 엄청나게 많은 부서라 둘이서 겨우 쳐내며 버티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3개월 전 동료가 임신을 해 임신 초기부터 단축근무 제도를 쓰기 시작해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하게 됐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임신도 축하해 줬고, 처음 한 달은 제가 조금 더 고생하자는 마음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하루 최대 2시간 근로시간을 줄여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부터 신청해 사용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이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과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관련 지원금도 함께 지급하고 있다.
A씨는 “현실은 너무나 잔인했다. 업무 특성상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거래처의 긴급 요청과 피드백이 가장 많이 몰리는데, 동료가 4시에 퇴근하면 그 모든 폭탄이 오롯이 제 머리 위로 떨어진다”며 “동료가 남겨둔 잔업과 오후 대형 이슈들을 혼자 해결하다 보니 제 퇴근 시간은 자연스럽게 밤 8~9시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3개월 동안 매일 야근하며 제 몸과 마음은 완전히 망가졌다. 원형 탈모가 오고,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매일 약을 달고 산다”며 “회사에 충원을 요청했지만 ‘조금만 참아라, 예산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장 괴로운 건 동료의 태도였다”며 “처음에는 미안해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이제는 4시만 되면 당연하다는 듯 짐을 싸더라. 제가 야근으로 휑한 눈을 하고 있어도 눈길 한 번 안 주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상전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더라”고 했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은 거래처에서 당일 해결해야 하는 대형 오류가 발생하면서 터졌다.
A씨는 “오후 3시 50분쯤 거래처에서 당장 오늘 중으로 해결해야 하는 대형 오류 건이 터졌다”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동료에게 ‘이것만 같이 확인해 주고 가시면 안 되냐’고 사정했지만 동료는 시계를 보더니 ‘저 4시 퇴근인 거 아시죠? 애기한테 스트레스 주면 안 돼서요’ 하며 가방을 메더라”고 했다.
이어 “그 순간 머릿속에서 퓨즈가 끊어졌고, 동료를 향해 ‘그쪽 애기 소중한 것만 알고, 내 몸 망가지는 건 안 보이느냐. 이럴 거면 차라리 퇴사를 해라. 왜 그쪽 임신 때문에 제가 하루하루 죽어가야 하느냐’고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A씨에게 폭언을 들은 동료는 울며 회사를 나갔고, 다음 날 팀장은 A씨를 불러 ‘임산부에게 폭언을 한 가해자’로 몰아가며 경고를 줬다고 한다.
A씨는 “사내 게시판에도 저를 비난하는 뉘앙스의 글이 올라왔는데, 제가 정말 그렇게 잘못한 거냐. 동료의 임신이 저에게는 생존이 걸린 고문이었다”고 푸념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힘든 건 알겠는데 화살의 방향이 엉뚱한 데 가 있다. 임신한 동료도 당신도 잘못 없다. 잘못은 회사가 하고 있는 것”, “임신부에게 욕할 게 아니라 회사 상사 앞에서 못 하겠다고 말해라.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퇴사하고 나가겠다고 해야 한다”, “회사에 말씀하라. 그걸 왜 혼자 감당하려고 하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임신부가 받는 배려를 권리라고 생각하면 동료들도 그런 사람을 미워할 권리가 있다”, “권리라지만 회사에서 인력 충당 안 해주는 상황에 눈앞에 동료가 바빠 죽는 게 보이면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임산부가 대처를 잘못한 건 맞다” 등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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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