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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모에 맡겼다 사라진 아들… 33년간 하루도 못잊어" [잃어버린 가족찾기]

세살때 실종된 한경진씨 찾는 김희숙씨

“홀로 낳고 키워… 출생신고도 훗날에야

엉덩이 흉터… 본인 이름 기억 못할수도”

한경진씨 실종당시 모습

“경진이라는 발음을 못 해서 자기를 ‘곤진이’라고 불렀어요. 지금 만나면 뭘 하고 싶냐고요? 그냥 껴안고 울고 싶어요.”

김희숙씨는 33년 전 잃어버린 아들 한경진씨(현재 나이 36·실종당시사진)를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경진씨는 1993년 6월 18일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실종됐다. 당시 세 살이던 경진씨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모른 채 자랐을 수도 있다.

김씨는 사실상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 미혼모였다. 총각이라던 아이 아버지는 뒤늦게 유부남으로 드러났고, 친정에서는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출생신고도 ‘젊은 나이에 언제까지 혼자 살 거냐’는 친정의 만류로 미뤘다. 결국 출생신고는 아이가 실종된 후에야 완료했다.

광진구 자양동에 살던 김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갈빗집에서 홀서빙을 하며 황학동의 보모에게 경진씨를 맡겼다. 월급 120만원 가운데 보모에게 매달 40만원을 주고 수고비와 아이 물건값까지 챙기면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 쉬는 날에만 아이를 집에 데려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보모에게 다시 인계했다.

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은 일하던 중 보모의 전화로 들었다. 곧장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지금과 달리 당시 경찰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처럼 실종 아동 수색 체계가 갖춰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당시 20만원이란 돈을 들여 한 일간지에 흑백 광고를 내고 전단지도 뿌렸지만 연락은 한 통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점집만 다섯 곳을 찾았다. 점술가가 ‘9년 뒤에나 찾는다’는 말에 다투고 나왔는데 30년이 넘게 흘렀다. 보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경진씨는 이른바 ‘짱구머리’이고 엉덩이에 흉터가 있다. 실종 당시 노란색 샌들을 신고 있었다. 성은 아버지를 따라 한씨로 지었다.

김씨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혼인신고를 하고 첫 가정을 이뤘다. 하지만 남편이 도박을 좋아하고 생활력이 없던 탓에 2년 만에 집을 나왔다. 이후 2006년에 갈라서서 김씨는 다시 혼자가 됐다.

이후에 대구에 사는 친구가 ‘물가도 싸고 일자리도 구해주겠다’고 말해 대구로 내려가 포장마차와 주점을 운영했다. 수성구, 북구, 서구 등 여러곳을 옮겨 다녔다. 가게를 접은 지는 10년이 됐다.

친정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형제들과도 왕래가 뜸하다. 지금은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홀로 지낸다. 노령연금과 국민연금, 그리고 노인일자리로 생계를 잇고 있다. 하루 3시간씩 자전거 거치대를 쓸고 한 달에 29만원을 받는 일이다.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고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도 받았다.

최근 서울에서 경찰관 2명이 대구까지 내려와 유전자(DNA)를 다시 채취해 갔다. 경찰관은 “(아들이) 잘생겨서 결혼해 아이도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현재 추정 사진을 보내줬다. 김씨는 “내 아들이지만 멋있게 컸다는 생각이 든다”며 “30년 동안 아들 생각을 안 한 날이 없고 눈만 뜨면 기도한다. 나이를 먹으니 초조해진다. 한 번만 보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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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