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람 서울 종암경찰서 형사과장
혼자 사는 노인 쌈짓돈 훔친 도둑
사회적 약자 노린 범죄에 더 단호
수사 과정에 피해자 소외 없어야
김예람 서울 종암경찰서 형사과장. 사진=종암경찰서 제공
화려한 범인 검거의 순간에 눈길이 쏠리기 쉽지만, 수사의 본질은 빛이 닿지 않는 디테일에 있다. 피해자의 목소리와 가해자의 행적 사이, 드러나지 않은 틈새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29일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만난 김예람 형사과장(경정)이 현장을 지휘하는 방식도 이와 닮아있다. 그는 현대 수사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끈기와 자료 수집 능력, 감수성을 꼽는다. 실적이라는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사건의 본질과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빈틈없는 치안이 완성된다는 신념에서다.
2006년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현장을 누벼온 그는, 2015년 경찰청 피해자보호과 신설 당시 정책 설계도를 그렸으며 일선 현장을 두루 경험한 뒤 학문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상아탑으로 향했다.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에서 석사를, 영국에서 범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렇게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2년간 경찰대에서 예비 경찰관들에게 여성·청소년 범죄와 피해자 보호 과목을 가르쳤다. 김 경정은 “현장에 나갔을 때 피해자에게 당장 어떤 말부터 건네야 하는지, 심리적인 응급처치와 위기 개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쳤다”며 “경찰관이 된 후배들로부터 ‘그때 그 수업이 참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강단에서 역설한 피해자 중심 철학은 치안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고령층과 대학가 원룸촌이 공존하는 종암경찰서 관내에서 김 경정은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죄를 끝까지 쫓았다. 설 연휴 기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쌈짓돈을 훔친 구청 복지사 사칭범을 검거하고, 요양병원의 불법 마약류 투여 악습을 적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온종일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에게 일상과 업무의 경계는 희미하다. 최근 아들의 실명을 아는 보이스피싱범의 연락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여느 부모라면 가슴이 철렁했을 순간, 김 경정은 손가락부터 움직였다. 그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며 “이 녹음 파일을 나중에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적인 시간에도 긴장의 끈은 풀리지 않는다. 수많은 범죄 수법을 목격해 온 터라, 길을 걸을 때조차 평온할 새가 없다. 낯선 이와 마주치면 그 사람의 눈빛과 주머니 속 손의 움직임, 안전거리를 본능적으로 계산하고 주시한다.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던 버릇이 일상까지 파고든 것이다.
이러한 직업병을 잘 알기에 다음 목표도 명확하다. 바로 ‘후배들이 지치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일과 삶이 균형이 이루어져야 인재 유출을 막고 진짜 베테랑을 키워낼 수 있다는 취지다. 김 경정은 “현장의 노하우가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되려면 근무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의 시선은 치안의 최종 목적지인 ‘피해자’로 향한다. 범인 검거를 넘어 수사 전반에서 피해자가 소외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김 경정은 “피해자가 보호받았다고 느끼는 경험이 공권력 신뢰의 보루”라며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외롭게 하지 않는 형사과를 만드는 것이 종암경찰서에서 증명하고 싶은 현대 치안의 패러다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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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