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2030 지역사회보장계획 착수
돌봄·의료·주거·고용 통합 설계
현장·학계 전문가 59명 TF 가동
1인가구·읍면 서비스 격차 대응
10월 용역 완료·11월 최종 제출
제주도 관계 공무원과 현장·학계 전문가들이 지난 5월 28일 제주연구원 회의실에서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전담조직 첫 회의를 열고 있다. 제주도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중장기 복지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59명 규모의 전담조직을 운영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복지망이 생활권 중심으로 다시 설계된다. 저출생과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읍면지역 돌봄 공백이 겹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4년 단위로 지역 복지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정하는 중장기 설계도다. 돌봄, 의료, 고용, 주거, 안전, 교육 등 도민 생활과 맞닿은 사회보장 분야를 묶어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번 계획은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제주 복지망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누가 돌봄을 받고 어디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며 혼자 사는 도민을 어떻게 찾아 지원할지 정하는 생활 인프라 설계다.
제주 복지의 조건이 바뀌고 있다. 가족 돌봄은 약해졌고 1인가구와 고령 가구는 늘었다. 보육·교육, 의료·요양, 이동 지원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고립 예방과 읍면지역 복지 격차 해소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도 전담조직은 이혜란 복지가족국장을 단장으로 모두 59명 규모로 꾸려졌다. 현장 전문가와 학계 전문가, 관계 공무원이 참여한다. 제주도는 이 조직을 통해 복지 현장의 수요를 확인하고 도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첫 회의는 지난 5월 28일 제주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회의에서는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수립 방향과 추진 일정, 비전 설정 방안이 논의됐다. 앞으로 열리는 회의에서는 전략체계와 분과별 세부 과제를 정해 계획의 완성도를 높인다.
전담조직의 첫 과제는 정확한 수요 진단이다. 제주시 동지역과 읍면지역, 서귀포 도심과 중산간 마을의 복지 여건은 다르다. 같은 노인 돌봄 정책이라도 병원 접근성이 낮은 마을,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 돌봄 인력이 부족한 읍면에서는 체감도가 달라진다. TF는 통계와 현장 의견을 함께 살펴 생활권별 복지 격차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돌봄과 의료, 주거를 따로 보지 않는 통합 설계도 필요하다. 고령자가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이동 지원이 필요하고 집에서 계속 살려면 주거 안전과 방문 돌봄, 식사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장애인 자립도 주거, 활동지원, 일자리, 건강관리와 연결돼야 한다. 부서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1인가구 대책도 세밀해야 한다. 청년 1인가구는 주거비와 일자리, 사회관계 문제가 겹친다. 중장년 1인가구는 실직과 질병, 고립이 한꺼번에 위기로 번질 수 있다. 고령 1인가구는 응급 안전, 식생활, 건강관리, 말벗 서비스가 중요하다. 연령대와 생활권별 위험을 나눠 보고 예방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TF가 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도민 체감형 성과지표를 세우는 일이다. 복지시설 수나 사업 개수만으로는 복지 체감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돌봄 대기 시간, 읍면지역 서비스 이용률, 고립 위험군 발굴률, 방문 건강관리 연계율, 이동 지원 접근성처럼 도민 생활 변화를 확인할 지표가 필요하다.
정책 당사자의 목소리도 계획에 담겨야 한다. 아동, 청년, 노인, 장애인, 가족돌봄자, 이주민, 읍면지역 주민처럼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도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현장 의견을 계획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산과 사업 우선순위까지 연결해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읍면지역 복지 격차 해소는 이번 계획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제주 복지망이 제주시 동지역 중심으로 쏠리면 중산간과 농어촌 마을의 고령자, 장애인, 1인가구는 서비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동 지원과 방문형 서비스, 마을 단위 돌봄 거점, 보건·복지 연계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제주도는 오는 10월까지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한다. 이후 사회보장위원회 심의와 제주도의회 보고를 거쳐 11월 중 보건복지부에 최종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혜란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제6기 계획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를 어렵게 모신 만큼 전담조직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주만의 실효성 있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