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명예교수
반복되는 단체교섭식 협상 한계
노사공 대표 줄이고 전문성 확대
최저임금으로 저임금 해결못해
근로장려세제 같은 지원책 필요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포럼 위원 등을 지낸 이영면 동국대 명예교수는 “해마다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계산·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 1200만명에게는 최저임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최고임금이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영면 동국대 명예교수는 23일 “매년 반복되는 땅따먹기 협상이 아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매년 단체교섭과 같은 협상이 이뤄지다 보니 한계가 있다”면서 △노사공 대표자 수 감원 △최저임금위 예산 증액 및 전문성 지원 △노사공 상근직 기반의 상시 논의체계 가동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임금계산지표를 고민하되, ‘최저임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고도 짚었다.
이 명예교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현 경사노위) 임금연구회 위원장,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포럼 위원을 지냈다. 그는 “가장 많은 논의는 최저임금위 구성”이라며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노사 모두 집단의 의견에 따르고, 노사공 모두 9명씩이다 보니 대립적 구도가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라면 굳이 9명씩으로 할 필요 없이 노사공 각각 3~5명으로 줄여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명예교수는 영국의 저임금위원회 형태를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더 파격적으로 간다면 노사를 제외하고 중립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가진 학자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라며 “영국의 저임금위가 이 같은 방식이다. 상근직 연구위원들은 최저임금만 연구하고 인상률을 결정하기 때문에 노사의 힘이나 정부의 성향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게 가능하려면 최저임금 연구에 전문성을 갖고 중립적인 학자를 찾아야 하는데 풀이 적당하지도 않고 정부로서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 및 최저임금 예산을 늘려 노사공 상근을 통한 연구·논의 체계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 명예교수의 제언이다. 그는 “매년 계절 협상처럼 운영되다 보니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판단과 결단이 작동하고 있다”며 “노사도 정부가 이듬해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하면 ‘올해 농사는 다 지었다’는 생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사정으로 구성하더라도 상근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예산이 늘어나겠지만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최저임금위의 연구예산 규모를 보면 전 세계 6위라는 국력에 비해 부끄러울 정도”라며 “상근직 체계를 통해 일정 규모의 연구예산을 수년간 지속한다면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마다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 계산·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이 명예교수의 판단이다. 이를 위한 산식으로 △거시적 생산성 지표 반영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인상률 △다른 근로자(정규직 등) 대비 높은 임금상승률 등을 제시했다.
이 명예교수는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저임금 근로자의 삶이 개선되고,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보다 높아야 노동시장 양극화가 줄어들 수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 노조가 결성돼 매년 기본급을 포함해 호봉이 올라가는 임금상승이 이뤄지지만 중소 영세기업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절대 임금 수준도 낮고,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는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임금·취약 근로자의 문제를 최저임금 만으로 풀기는 어렵다”며 “최저임금 이외에 근로장려세제(EITC)와 같은 세제·보조금 등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최저임금 지급 대상·집단에 대한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근로자 중에서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의 지원 당위성은 충분한 반면, 부유한 집안에서 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지원금이나 세제혜택 수급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직원 수의 최소 20배가 넘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근로자”라며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인 분야인데 협상 시기 외에는 정부·언론·학계 모두의 관심이 부족하다. 해마다 노사간 벼랑끝 협상을 벗어나기 위해선 구조적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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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