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100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 배경은 그간 세수가 늘면 재정을 더 풀고, 줄면 다시 조이는 경기순응적 재정운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추가 세수를 청년·지방·성장동력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한 가운데 대규모 재정을 별도 기금으로 묶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존 정책과의 중복으로 투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국회의 통제를 벗어난 탄력적 운용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시적인 세수 호황에 기대 미래 투자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추가·초과 세수와 잉여재원 등을 활용해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별도 적립할 계획이다. 적립된 재원은 청년·지방·성장동력·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①중복 투자 실효성
=문제는 이들 분야 상당수가 이미 기존 재정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일자리·주거 지원, 지방 인프라 확충, 첨단산업 육성, 교육·인재 양성 등은 정부 각 부처가 예산을 편성해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미래대응기금이 이들 사업에 재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별도 기금을 조성할 필요성과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정책 수단 간 역할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장기 투자하기 위한 국부펀드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성장동력 투자를 주요 사용처로 삼을 경우 비슷한 목적의 재원이 여러 경로로 투입되면서 오히려 투자 효과가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관 KDI 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각종 지원 정책은 산발적으로 얇고 넓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와 현실의 사례가 이미 많이 축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대응기금처럼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에는 기존 사업에 재원을 단순히 추가하기보다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를 선별해 ‘핀셋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감독·견제 허점
=기금의 운용 방식도 논란거리다. 미래대응기금은 다른 정부 기금과 마찬가지로 매년 기금운용계획에 대해 국회의 심사를 받는다. 다만 기금의 성격에 따라 주요 항목의 지출금액을 20~30% 범위에서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변경할 수 있다. 대규모 재정이 기금으로 묶일 경우 정부가 국회의 별도 승인 없이 상당한 규모의 지출을 조정할 수 있어, 사실상 상시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기금의 적립·운용·인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과제다. 어떤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금을 인출해 사용할지에 대한 원칙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기금 규모와 지출이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이 불필요하게 누적되거나 필요에 따라 대규모로 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원 조성부터 집행까지 일관된 운용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미래대응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기금의 적립·운용·인출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필요하다”며 “미래대응기금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적인 관리·감독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재정건전성 뒷전
=1400조원에 이르는 국가채무도 변수다. 변동성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모두 활용할 경우 재정 여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추가·초과 세수를 부채 상환에 적극 활용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실제 지난 4월 편성한 26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에서도 국채 상환에 투입한 규모는 1조원에 그쳤다.
재정 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크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세입 기반은 약해지는 반면, 기초연금·건강보험 등 복지성 의무지출과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 부담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운용기관이 투자해 국고채 이자(현재 3.8%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투자 대상에는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기 어려운 정책사업도 포함될 수 있어 운용 수익만으로 재정 부담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대응기금이 세수 변동성을 흡수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하더라도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채 상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금 총괄계정 아래에 ‘건전 재정’을 위한 별도 계정을 두는 방안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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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미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