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미술인협회와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가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을 26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연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답답하고 우울해요. 작품을 장막으로 덮은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전혀 진척되는 게 없네요.”
한국 민중미술의 대가 고 오윤 화백(1946~1986)이 청년 시절 남긴 대형 벽화가 세상에 다시 나왔으나, 건물이 헐리게 되면서 통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대가이자 선배인 작고 작가 오윤(1946~1986)과 협력해 만든 대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오경환 작가는 고뇌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들이 만든 대작은 현재 서울 종로4가 옛 상업은행 지점(현 우리은행 금융센터) 외벽의 테라코타 벽화인 ‘평화’다. 건물 1층의 사다리꼴 모양 전면부에 가로세로 30㎝, 두께 3㎝ 전돌 1000여개를 붙여 만든 이 벽화는 지난해 초 풍화 등으로 윗부분 돌출부 조각들이 계속 떨어지자 은행 쪽이 안전을 위해 갈색 가림막으로 공개를 차단했다.
오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되는 올해, 이 건물이 팔리면서 그의 작품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건물 철거와 함께 다시 파괴될 운명인 셈이다. 벽화를 떼어내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면 비용이 들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중 선뜻 비용을 내놓겠다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오 화백은 생전에 예술은 소수만 즐기는 것이 아닌, 평범한 대중이 함께 나눠야 한다고 믿었던 예술가다. 판화에 번호도 매기지 않고 시집이나 민주화 운동 현장에 아낌없이 내주었던 그의 나눔 정신은 오늘날 후배 작가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시민서명운동 ‘오윤의 벽화를 시민의 품으로’에는 이름을 올린 시민이 1만명을 넘어섰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추진위원회와 한국민족미술인협회도 1억원 모금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서울 인사동에서는 기금 마련전을 8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모금에서 남는 돈은 힘겹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젊은 예술인들을 돕는 기금으로 다시 쓰인다.
국가와 사회가 외면한 우리 시대의 소중한 작품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시민과 동료 작가들이 나서고 있다. 이번 보존 운동은 위기에 처한 예술을 시민 뿐만 아닌, 정부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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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