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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꾀병' 취급 받다 두 다리 45도로 꺾여…결국 두 다리 잃게 된 20대女 [헬스톡]

기능성 신경 장애(FND)로 다리가 45도로 껶인 여성. 출처=뉴욕포스트

[파이낸셜뉴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학적 질환으로 인해 두 다리가 45도 각도로 기형적으로 꺾인 영국의 20대 여성이 결국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됐다.

19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캠브리지셔에 거주하는 메건 딕슨(21)은 8년 전부터 두 다리가 일자로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증상과 함께 참을 수 없는 만성 통증에 시달려왔다.

메건의 비극은 13살 무렵 백일해와 전염성 단핵구증을 앓은 직후 시작됐다. 1년 뒤, 그녀의 다리는 점차 마비되어 14살 때부터는 전혀 걸을 수 없게 됐다.

초기에는 근육통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를 병행했지만, 다리는 곧게 굳어버린 채 풀리지 않았다.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어 16살 무렵에는 혼자 앉아있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코마(혼수상태)와 유사한 상태에 빠졌다.

결국 의료진은 뇌가 신호를 올바르게 주고받지 못하는 ‘기능성 신경장애(FND, Functional Neurological Disorder)’를 진단했다.

메건은 “다리뼈가 서로 긁히며 갉아먹히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느꼈지만, 의료진은 통증이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상상일 뿐 진짜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하루 24시간 내내 속으로 비명을 지를 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 방치되었다”고 토로했다.

마취 상태에서조차 무릎은 구부러지지 않았고, 일자로 굳어있던 왼쪽 다리는 서서히 반대 방향으로 10도씩 꺾이기 시작했다. 18세가 되어 아동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1년 동안 아무런 의료적 도움 없이 방치되어야 했다.

가족들의 항의 끝에 신경장애 전문 요양원으로 옮겨진 메건은 재활을 통해 일부 기능을 회복했지만, 다리의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6명의 외과의사를 찾아다녔지만 5명에게 수술을 거절당했고, 결국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의를 만났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무릎 관절의 손상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비가역적 손상)에 이르렀고, 현재 왼쪽 무릎은 위로 45도 꺾여 있으며 오른쪽 다리 역시 비슷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의료진이 내린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지는 ‘양측 하지 절단’이었다. 메건은 “다른 방법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이것이 나의 현실이라는 것을 아직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심경을 밝혔다.

오는 8월 절단 수술을 앞둔 메건은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누군가 안아서 옮겨주어야만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되찾기 위해 전동 휠체어 구매 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꾀병’ 오해 잦은 기능성 신경장애(FND)

기능성 신경장애(FND)는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불린다. 뇌 신경망의 오류가 신체 어느 부위로 향하느냐에 따라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메건의 사례처럼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근육이 제멋대로 꺾이고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근긴장이상’이다. 이 밖에도 극심한 만성 통증에 시달리거나 갑자기 시력과 청력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 뇌파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마치 뇌전증(간질) 환자처럼 심하게 몸을 떨며 의식을 잃는 ‘비뇌전증성 발작(해리성 발작)’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병 원인 역시 어느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흔히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스트레스성’이나 ‘꾀병’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는 이 질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의료계에 따르면 FND는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으며,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발병한다. 교통사고와 같은 물리적 외상을 겪거나 심각한 바이러스 감염을 앓은 직후 발병하기도 하며, 때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억눌린 트라우마가 뇌 신경계에 혼선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통은 100% ‘진짜’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환자가 느끼는 마비와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결코 상상이나 엄살이 아닌 100% 실제 증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어느 한 진료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는 ‘다학제적 협진’이 필수적이다.

치료의 핵심은 오류가 난 뇌의 소프트웨어를 리셋하는 데 있다.

뇌가 잘못 학습한 비정상적인 움직임 패턴을 지워내고, 정상적인 신체 제어 패턴을 다시 몸에 익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신경 재활 물리치료’가 동반되어야만 환자들이 잃어버린 일상을 서서히 되찾을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