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마음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나솔’ 본 시청자들, 자영업자 ‘별점 테러’ 논란
31기 경수. 사진ㅣ유튜브 ‘SBS Plus 스플스’
이 기사에는 나는 SOLO 31기 방송 내용 일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방송 장면을 둘러싼 시청자 반응과 출연자 생업 공간으로 번진 별점 공격 논란을 함께 짚었습니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방송 속 말과 행동을 향한 비판이 출연자의 생업 공간으로 번졌다. 한 연애 리얼리티 출연자가 방송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경점에 최하점 리뷰가 쏟아지며 별점 테러 피해를 입고 있다.
SBS Plus·ENA 예능 나는 SOLO(솔로) 31기 출연자 경수는 지난 13일 방송 뒤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부 시청자는 방송 내용과 무관한 사업장 리뷰창까지 찾아가 낮은 평점과 비난성 댓글을 남겼다.
지난 13일 방송 이후 경수가 경기 한 도시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경점 구글 리뷰에는 최하점인 1점 리뷰가 잇따라 올라왔다. 14일 오후 기준 해당 업장의 평균 평점은 1점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뷰 내용도 안경점 이용 경험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부 이용자는 방송 속 경수의 태도를 언급하며 “남의 마음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간 좀 그만 봐라”, “영숙 씨랑 행복해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방송 장면에 대한 분노가 사업장 평점으로 옮겨간 셈이다.
방송 비판이 사업장 리뷰로 확산
전날 방송된 나는 솔로 31기에서 경수는 순자가 스트레스와 위경련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슈퍼 데이트권 사용을 언급했다. 그는 순자에게 자신에게 데이트권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자신은 영숙에게 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순자가 뒷담화 논란 등으로 힘들어하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장면까지 나오면서 시청자 반응은 더 거칠어졌다. 경수의 말과 태도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고, 일부 시청자는 그의 사업장 리뷰창까지 찾아갔다.
방송 출연자의 말과 행동에 대한 비판은 시청자 반응의 일부다. 다만 그 비판이 실제 영업장 별점과 리뷰로 옮겨가면 성격이 달라진다. 리뷰는 다른 소비자가 가게를 선택할 때 참고하는 정보다. 방송 내용과 무관한 낮은 평점이 쌓이면 실제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평가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리얼리티 예능이 남기는 현실의 피해
나는 솔로는 일반인 출연자가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다. 출연자들은 방송 안에서는 캐릭터처럼 소비되지만, 방송 밖에서는 직장과 가게, 가족 관계가 있는 개인이다. 시청자가 방송 장면을 보고 실망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이 출연자의 생업 공간으로 향할 때 피해는 현실이 된다.
앞서 MC 데프콘도 방송을 통해 출연진 사업장까지 찾아가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시청자들에게 선을 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당부한 바 있다. 출연자를 향한 비판과 생업 공격은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방송은 방송인데 생업 현장까지 가는 건 지나치다”, “결말도 다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다”, “비판과 공격은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별점은 분노 표출 수단 아냐
악의적 리뷰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실제 이용 경험이 없는데도 허위 사실을 적거나, 집단적으로 낮은 별점을 남겨 영업에 타격을 주는 경우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관련 법(형법)은 허위사실 유포나 위계, 위력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모든 낮은 평점이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용 경험에 근거한 비판과 방송 내용을 이유로 한 보복성 평점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출연자 호감도가 아니라, 방송 밖 사업장 평점이 시청자 분노의 배출구가 돼도 되는지에 있다.
리얼리티 예능은 출연자의 실제 이름과 직업, 생활 반경이 쉽게 노출된다. 방송 속 감정 싸움이 끝난 뒤에도 출연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별점 공격은 연애 예능을 둘러싼 과몰입이 출연자의 평판을 넘어 생업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