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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가장 큰 위협"… 美 대신 中으로 기우는 동남아

ISEAS 동남아 정세인식 보고서

정책·경제 등 11개국 전문가 응답

미·중 경쟁 속 전략적 균형 재조정

남중국해 두고 다소 관대한 평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 된 韓

정치·안보 존재감은 제한적인 편

대안 파트너로 제3국 협력 질문엔

응답자 5%만 “한국과 협력” 선택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동남아 정책 결정자들과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이 최근 높아지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 큰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세안은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중 반드시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해야 하나”라는 질문에서 상당수가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 미국이 우세했던 결과에서 완전히 뒤바뀐 것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 최대 리스크는 트럼프”

14일 세계적인 동남아 싱크탱크인 ISEAS 유소프이삭 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 동남아 정세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일 아세안 10개국과 동티모르를 포함한 총 11개국의 정책·경제·학계 전문가 2008명을 대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질문으로 진행됐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대상 응답자의 60.0%가 ‘기후변화 및 극단적 기상’을 동남아 지역 최대 도전 과제로 꼽았다. 이어 ‘미·중 간 경제 긴장'(51.7%), ‘국내 정치 불안'(46.1%), ‘군사적 긴장(남중국해·대만 등)'(42.3%) 순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리스크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51.9%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역내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2025년 46.9%에서 더욱 상승한 수치다. 반면 지난해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은 48.2%로, 글로벌 사기행위(51.4%)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이라는 전략적 선택 질문에서 응답자의 52.0%가 중국을 선택했다. 반면 미국은 48.0%에 그쳤다. 2025년 미국이 52.3%로 중국의 47.7%보다 앞섰지만 올해 결과가 뒤집혔다. ISEAS는 “동남아 지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과 미국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세안 내 영향력 확대하는 중국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은 올해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 ‘중국을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꼽은 응답은 55.9%로 나타났으며, 정치·전략 분야에서도 40.0%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전략적 중요도 평가에서도 중국(9.1점)이 미국(8.6점), 일본(7.7점)을 앞섰다.

ISEAS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강국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경계 대상 중 하나”라며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압력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는 응답자의 55.2%가 ‘아세안 결속과 회복력 강화’를 선택했다. ISEAS는 이를 두고 “특정 진영으로의 편입이 아닌 전략적 자율성 유지가 핵심 기조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중 경쟁 상황에서 아세안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서도 55.2%가 ‘역내 회복력과 단결 강화’를 꼽았고, 24.1%는 중립적·독립 노선 유지라고 답했다. 미·중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응답은 6.3%에 그쳤다.

■미·중 외 대안 파트너로 5%만 韓 꼽아

한편, 한국은 전략적 중요도 평가에서 5.7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7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6위에 올랐다.

ISEAS는 “확대된 기술 협력과 외교적 네트워크 다변화가 한국의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대결 구도 속에서 제3국과 협력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서는 유럽연합(EU)·일본·호주·인도·영국에 이어 응답자의 5.1%만이 한국을 선택해 아직도 주요 국가로 인식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 아세안 외교 당국자는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요한 파트너지만, 아세안 역내 정치·안보 측면에서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경제력을 고려할 때 역내 현안에도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