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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제동 걸렸지만…日 금리 추가인상땐 엔캐리 청산 폭발 [미·일 환율공조]

28년만에 엔화 공동매수로 방어

9월 금리결정 전 시간벌기 나서

美와 금리차 줄면 해외자금 유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듯

韓 기업 가격 경쟁력에는 ‘호재’

3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미·일의 엔화 매수 공동 개입 이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추이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미국과 일본 재무당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5년 만의 미일 공동개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저에는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이 다시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반도체 등 산업별 희비도 엔화 흐름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 공동개입은 ‘시간 벌기’

시장에서는 이번 공동개입을 엔저를 끝낼 결정적 조치라기보다 BOJ의 통화정책 전환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공동개입은 여러 국가가 동시에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협조 개입’ 자체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주요 7개국(G7)은 대지진 직후 급격한 엔고를 막기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방식으로 공동 대응했다. 반면 이번에는 엔저를 막기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는 점에서 성격이 정반대다. 특히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를 매수한 것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이다. 금융위기나 대규모 자연재해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미국이 환율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일 “공동개입은 금융위기나 대형 재난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시행되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공동개입을 위한 협의는 조금씩 구체화됐다”며 “지난해 9월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이 이번 공조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양국은 “과도한 환율 변동에는 대응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개입 논의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개입만으로는 환율 흐름을 장기간 바꾸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에릭 월러스틴 미국 투자자문사 클락타워그룹 전략가는 “당국도 지금까지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일시적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개입은 더 자주 이뤄질 수 있지만 금리 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지속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9월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엔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금리를 동결하면 엔저를 만든 근본 원인이 남아 공동개입 효과도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부채이며 환율 개입 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엔 캐리 청산·산업별 희비도 주목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변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초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과 국채, 신흥국 자산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 투자자들은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7월 BOJ의 예상 밖 금리 인상 이후 엔 캐리 청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동반 급락했고 코스피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산업별 영향도 엇갈린다. 일본 자동차와 전자업체는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다. 해외에서 같은 100달러를 벌어도 엔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식품 등을 수입하는 전력·항공·유통업계는 원가 부담이 줄어 수혜를 보게 된다.

한국 기업에는 일본 업체와의 가격 경쟁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업종은 엔고가 이어질 경우 상대적인 경쟁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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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