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 휴머노이드·4족 로봇 신규 수입 금지
AI 공급망을 반도체에서 로봇으로 확대
유니트리 등 중국 로봇업체 직격탄
지난 2월 23일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로봇들이 베이징 톈탄 공원에서 집단 무술 시연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전력 인버터의 신규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산 반도체와 AI칩 규제를 넘어 AI를 구현하는 ‘몸체(Embodied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까지 통제 범위를 넓힌 것이다. 미국이 AI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에서 로봇과 전력망으로 확장됐다고 판단하면서 중국 첨단 제조업을 겨냥한 견제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두뇌 이어 몸까지 막는다”…휴머노이드·인버터 동시 규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8일(현지시간)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등 첨단 로봇의 신규 모델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와 배터리를 전력망, 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전력 인버터도 같은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FCC는 첨단 로봇이 촬영 영상과 위치정보, 각종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킹을 통해 로봇을 원격 조종하거나 산업시설을 교란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위험으로 제시했다. 전력 인버터 역시 원격 접속을 통한 전력망 교란과 데이터센터 공격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렌던 카 FCC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미국 핵심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가안보 기관들과 협력해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두권 업체인 유니트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약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블랙웰 AI 칩을 탑재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도 나섰다.
규제 대상에는 화웨이와 선그로 등 중국 인버터 업체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태양광·배터리용 인버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미 승인된 제품과 소비자가 구매한 기존 제품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연방정부 조달과 국방부·국토안보부 승인을 받은 제품도 예외가 인정된다. 제조사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경우 면제를 받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드론→반도체→로봇…미중 기술전쟁 새 전선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규제가 AI 반도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이미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는 추가 조치도 시행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유니트리를 비롯해 알리바바, 바이두, YMTC, CXMT 등을 미 국방부의 ‘중국 군 연계 기업’ 명단에 추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 의회도 지난달 중국산 로봇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가드(GUARD)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 작업을 병행해 왔다. 이번 FCC 조치는 이런 움직임이 실제 규제로 이어진 사례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AI 경쟁의 핵심을 ‘반도체-데이터센터-로봇’으로 연결된 생태계 전체로 보고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생산을 유도하고 AI 제조 생태계까지 미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번 조치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한층 격화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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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