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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국채 수익률, 왜 오르나…이란전쟁이 기폭제

[파이낸셜뉴스]

주요국 장기 국채 수익률 고공 행진의 기폭제는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동부의 카센터가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됐다. 신화 연합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 장기 국채 수익률이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18일(현지시간) 기술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장기 금리 상승세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국제 유가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유가가 각국의 심각한 재정적자 우려까지 환기시키고, 여기에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 급증까지 겹치면서 채권 시장이 ‘삼각 파도’를 만났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유럽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모히트 쿠마르는 “최근 장기 국채 수익률은 주로 유가를 추종했다”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쿠마르는 특히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라는 배경까지 작용해” 국채 수익률 상승 흐름이 가팔랐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봉쇄와 유가 급등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개전과 맞물려 있다.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20%를 담당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유가가 치솟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CNBC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근월물이 전날 2주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고, 이날은 92.00달러까지 올랐다.

재정적자 속 공급 폭탄 우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각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금리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 부채 규모가 아마 40조달러(약 5경65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 비용과 높아진 이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추가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 물량이 늘면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은 뛴다.

18일 공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설문조사 결과도 국채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돼 시장 영향력이 높은 이 조사에서 기관들의 국채 노출 비중은 가장 낮았다.

대신 주식 비중은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일본계 MUFG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데렉 할페니는 “중동 상황 악화는 인플레이션과 미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점이 점점 장기 국채 수익률 곡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 국채 수익률이 뛰면서 미국이 지난주 발행한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경기 둔화 신호, 신뢰 상실로 이어져

아울러 뉴욕 증시에는 보탬이 됐던 지난주 인플레이션 둔화, 소매 판매 둔화 같은 미 경기 둔화 지표들이 장기 국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미 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면서 장기채를 매도했다는 것이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피터 섀프릭은 “재정적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가운데 성장률마저 둔화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재정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섀프릭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장기 국채 수익률 고공 행진은 당분간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비관했다.

AI 회사채 발행 봇물

AI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도 장기 금리 고공 행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이들 빅테크의 장기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인 1조9000억달러(약 26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조4400억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다.

바클레이스 미 금리 리서치 책임자인 안슐 프라단은 빅테크들이 AI 투자를 위해 장기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채, 국채 가릴 것 없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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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기자